[데일리인베스트=권민서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사실상의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88개의 대기업집단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운영하는 해외 법인 수가 총 201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88개 대기업집단이 멕시코·캐나다에 설립한 해외 법인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88개 그룹 중 25개 기업에서 멕시코·캐나다 내 201곳의 해외 계열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110곳은 캐나다, 91곳은 멕시코에 각각 분포한다. 두 나라에서 운영 중인 법인 중에서도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조 기업은 높은 관세 장벽에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삼성은 캐나다 50곳, 멕시코 18곳으로 최다인 68개의 해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에는 40곳 이상의 법인을 설립해 태양광·풍력·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이며, 멕시코에는 전자 및 오디오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 생산과 관련해서는 멕시코 법인에서 미국 관세의 높은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 다음으로는 현대차가 28곳의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다. 멕시코 16곳, 캐나다 12곳이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제조와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는 멕시코 12곳, 캐나다 2곳이 있으며 상당수가 태양광 관련 사업을 위한 법인이다. 일반 제조업 중에서는 멕시코 내 1개 법인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LG는 멕시코 8곳, 캐나다 3곳을 운영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 산하 캐나다 법인 1곳에서 자동차전지를, LG전자 산하 멕시코 법인 1곳에서 전자제품을 생산한다. 

포스코도 멕시코 6곳, 캐나다 5곳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 산하 멕시코 법인 1곳에서 철강 사업을 진행 중이며, 포스코퓨처엠 산하 캐나다 법인 1곳은 양극재 제조 및 판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외 주요 그룹 중에서는 △LS(7곳) △CJ·GS·넷마블·현대백화점(각 6곳) △SK·네이버·효성(각 5곳) △두산·한국앤컴퍼니·에코프로(각 3곳) 순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법인을 두고 있다. 멕시코 제조 생산을 하고 있는 기업은 LS그룹 산하 2개 법인과 효성그룹의 1개 법인이 있으며, 캐나다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은 에코프로그룹 산하 2개 법인과 현대백화점그룹 1개 법인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 제조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 2차전지 등의 배터리(Battery)와 가전제품(Electronics), 자동차(Car) 등 이른바 ‘B·E·C’ 관련 제품군에서 관세 폭탄으로 미국 수출 경쟁력에서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의 장벽이 높아졌다고 단기간에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를 늘리거나 미국을 제외한 이웃 국가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하는 방식으로 일정 부분 관세 충격파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