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인베스트=권민서 기자] 50대 그룹의 사외이사 1260명 중 40%가 넘는 516명이 올해 상반기 임기만료를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 꼴이며, 이 중 80여명은 사외이사 최대 재임 기간인 6년을 채우고 떠나야 해서 새 인물을 의무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50대 그룹은 오는 3월 주주총회 등에 맞춰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였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27일 ‘2024년 50대 그룹에서 활약하는 사외이사 및 2곳에서 활동하는 전문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50대 그룹에서 지난 1월 이후로 임기가 남아 있는 전체 사외이사는 1259명(중복 포함)이다. 이 중 신규 사외이사는 511명(40.6%)이었고, 재선임된 인원은 748명(59.4%)이나 된다.

그룹별 사외이사는 SK그룹이 87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농협(85명) △현대차·롯데(각 74명) △삼성(71명) △KT(59명) △한화(58명) △카카오(52명) 순이다. 

올해 1월부터 6월 사이에 임기가 공식 만료되는 인원은 516명으로 전체의 41%다. 이 중 대다수는 오는 3월 주총 전에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주총 등에서 재선임 되거나 다른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 아울러 오는 7월~내년 6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인원은 504명(40%), 내년 7월~내후년 6월은 239명(19%)이다. 

1월~6월에 임기가 종료되는 516명 중 79명은 사외이사 최대 재임기간인 6년을 채우게 된다. 상당수가 오는 3월 주총에 맞춰 이사회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빈 자리는 새로운 인물로 교체될 전망이다. 특히 이들 79명 중 4대 그룹에만 △SK(12명) △현대차·LG(각 8명) △삼성(7명)으로 35명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SK에서는 △하영구(SK하이닉스) △김석동(SK텔레콤) △김병호·염재호(SK) 사외이사가 6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야 한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 어떤 사외이사가 새로 영입될지 재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차 그룹에서는 윤치원·유진오(Eugene M.Ohr)·이상승 사외이사 3명이 동시에 물러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이미 김수이·도진명(Jim Myong Doh)·벤자민 탄(Benjamin Tan) 세 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해 둔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 이번에 전문성과 함께 여성과 외국인 임원이 사외이사 명단에 포함돼 지배구조 차원에서 다양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서는 △한종수(LG) △이상구(LG전자) △박상찬(LG이노텍) 사외이사를 대신해 신규 임원들이 이사회에 새로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높은 인물을 영입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LG는 재무에 밝은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 교수를, LG이노텍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 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LG전자는 고용노동부 상생임금위원회 위원과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인 강성춘 서울대 경영학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삼성에서는 △이한조(삼성전자) △남기섭(삼성중공업) △허근녕(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이번에 그만두는데, 해당 자리에는 이혁재(삼성전자)·김상규(삼성중공업)·이승호(삼성바이오로직스) 세 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각각 낙점했다. 

이혁재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맡고 이는 반도체 전문가를 이사회에 전진 배치했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경영 강화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규 현(現) 한국조달연구원 이사장은 조달청장을 역임한 바 있고, 이승호 전(前)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50대 그룹 계열사 중 2개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101명이었다. 이들이 차지하는 사외이사 자리는 전체의 16%인 202곳인 셈이다. 이 중 남성이 71.3%(72명)로 다수를 차지했고, 여성은 28.7%(29명)를 차지했다.

이들 101명 중 1965~1969년생이 35.6%로 가장 많았고 △1960~1964년(25.7%) △1955~1959년(17.8%) △1970~1974년(9.9%) △1975~1979년(5%) △1950~1954년(4%), 1980년 이후(2%) 순으로 나타났다. 1967년생이 12명으로 최다였으며 △유명희(삼성전자, HD현대건설기계) △강진아(현대모비스, OCI홀딩스) △권익환(한화,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대학총장·교수 등 학자 출신은 43.6%(44명)으로 최다였다. 학자 출신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영업 1순위로 꼽힌다. HD현대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두 곳에서 사외이사로 있는 서승환 전 연세대 총장 등이 있다.

학자 다음으로는 고위직을 역임한 행정 관료 출신이 26.7%(27명)로 많았으며, 전직 장·차관 거물급 출신은 10.9%(11명)다. 대표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유일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이 이름을 올렸다. 

판·검사 및 변호사 등 율사(律士) 출신은 17.8%(18명)다. 대법원 대법관 및 법원행정처 처장 출신의 김소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 효성과 삼성화재해상보험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또한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인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삼성물산과 한화에너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반면 기업가 출신은 11.9%(12명) 수준으로 가장 적었다.

정경희 보드랩 부문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다른 기업에서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인물을 선호했지만 최근 대기업에서는 사외이사 경험이 없더라도 기업의 핵심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갖춘 참신한 인재를 찾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는 이사회에 오랫동안 활동하며 기존 틀에 익숙한 사외이사보다는 차별화된 역량과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를 통해 현재의 경영 위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돌파해 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저명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분위기도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장기적 성장 전략, 신사업 발굴, 리스크 관리 등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적극 영입하는데 추세가 강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