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R협의회 "긍정적인 임상데이터 발표시 기업가치 지속 상승할 것"
유안타증권 "빅파마와 L/O 계약시 주가 리레이팅 가능할 것"

표적치료제 전문 신약 개발사 보로노이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액이 34% 줄어들고 영업손실이 65% 증가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출처=보로노이]
표적치료제 전문 신약 개발사 보로노이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액이 34% 줄어들고 영업손실이 65% 증가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출처=보로노이]

[데일리인베스트=박유빈 기자] 표적치료제 전문 신약 개발사 보로노이는 지난해 매출액이 34% 줄고 영업손실은 65% 증가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보로노이가 GDC(Genotype-Directed-Cancer·발생 원인이 규명된 암) 분야에서 4개의 치료제의 신속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업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부분 임상 1상 중에도 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 들어서는 주춤한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로노이는 2015년에 설립된 후 2016년 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본격적인 바이오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신약 개발을 추진하면서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게 됐다. 회사 설립 이후 인산화효소(Kinase) 표적치료제 개발에 집중해 독보적인 약물 설계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단기간에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코스닥시장에는 지난해 6월24일 상장했다. 

약물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물질의 핵심기술은 높은 △선택성 △BBB(뇌혈관장벽) 투과성을 보유하고 있다. 약물이 독성이 심한 이유는 선택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선택성을 높이는 후보 물질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뇌 투과는 항암제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폐암 환자의 50% 수준이 뇌 전이로 사망하기 때문에 뇌 투과율을 높이는 항암제는 게임 체인저라 할 수 있다. 

보로노이는 약물 설계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한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폐암의 권위자인 하버드 의대 파시 야니(Pasi Janne) 박사를 자문위원으로 두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선택성과 BBB 투과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EGFR은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수용체로, 과발현되면 세포 증식이 계속해서 일어나 종양발생의 원인이 된다. EGFR 돌연변이는 티로신 카이네이스(Tyrosine Kinase, 티로신 인산화효소)를 과도하게 활성화해 암이나 자가면역 질환 등을 일으킨다. 특히 암 발생의 원인으로 비정상적인 티로신 카이네이스의 활성화가 크기 때문에 암 치료제로 이 효소를 억제하는 TKI(Tyrosine Kinase Inhibitor, 티로신 카이네이스 억제제)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표적항암제인 EGFR-TKI 치료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가장 많이 개발 중이며, 3세대 치료제 중 ‘타그리소’가 부작용도 적고 효과가 좋아 2021년 기준 50억 달러(6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9월초 3만80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보로노이는 9월 중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며 지난해 10월13일 장중 1만9750원까지 추락했다. 이후 상향각을 그리며 1월초에는 3만3000원대로 올라섰다. 그러나 1월 중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지난 2월말 2만8000원대로 내려왔다. 최근에는 3만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전날보다 5.38%(1650원) 내린 2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8일 보로노이는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 보로노이가 자회사인 비상장사 비투에스바이오, 보로노이바이오를 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보로노이는 지난 2020년부터 총 23억달러(2조9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5건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낸 바 있다. 보로노이 측은 이번 자회사 통합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 연구개발 효율성 향상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3사 합병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하게 된 만큼 120명의 임직원이 파이프라인 발굴 및 기술이전, 임상 연구의 빠른 성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날 보로노이는 미국에 기술 수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유의미한 중간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로노이가 2021년 미국 프레쉬트랙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FRTX-02’의 임상 1상 중간 결과가 현지 시간 7일 발표된 직후다. 

프래쉬트랙스는 FRTX-02가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용량증량 단회투여 시험(SAD)’과 ‘용량증량 반복투여 시험(MAD)’에서 전체적으로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한 약물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보로노이는 지난해에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 2월9일 공시된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97억6782만원으로 전년 147억8391만원 대비 33.9%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78억6353만원으로 전년 108억2016만원 대비 65%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198억9971만원으로 전년 155억7460만원 대비 27.7% 증가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보로노이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한국IR협의회는 보로노이가 높은 선택성과 투과성을 보이고 있는 후보물질 ‘VRN07’과 ‘VRN11’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기록 중인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후보물질의 신속승인 이후 높은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달미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GDC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신속승인”이라며 “돌연변이에만 선택적으로 완성도 높은 약물 설계가 가능하다면 임상 결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임상 3상까지 가지 않고 임상 1, 2상으로 승인받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했다. 그러면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의 경우 신속승인을 받아 개발 이후 2년 8개월 만에 허가를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보로노이에서 가장 기대되는 후보물질은 ‘VRN07’과 ‘VRN11’”이라며 “VRN07은 현재 임상1a·b상 진행 중이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신속승인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VRN11은 2025년 신속승인을 목표로 미국과 한국에서 2023년 상반기 중으로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같은 타깃으로 글로벌 경쟁사 블루프린트에서 2022년에 처음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하였는데 아직까지 승인받은 약이 없는 만큼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VRN11은 블루프린트의 후보물질 ‘BLU-701’ 대비 선택성과 뇌 투과도 2가지에 있어서 월등히 앞선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이 연구원은 주요 후보물질 외에도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10’을 짚으며 “현재 전임상을 완료하고 2023년말에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 Investigational New Drug) 승인을 목표로 진행 중인데, 전임상에서 뇌혈관 투과율이 높게 나타나 현재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로노이는 경쟁업체 대비 뛰어난 기술력으로 후보물질 발굴단계에서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산화효소 프로파일링(Kinase Full Profiling)’을 통해 표적에 대한 선택성 및 부작용이 없는 후보물질을 발굴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GDC 약물은 임상 1,2상 만으로 신속승인을 받아 신약 출시가 가능하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부분 임상 1상 중에 조 단위의 기업가치에 도달했다”며 “현재 보로노이의 시가총액은 약 3800억원(2023년 3월7일 종가 기준)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쟁사인 블루프린트가 3조7000억원, 미라티가 KRAS 표적 후보물질의 임상 1상 발표 이후 12조원까지 거래되었던 점(2023년 3월 기준 3조3000억원)을 고려했을 때 보로노이의 향후 기업가치는 긍정적인 임상데이터 발표 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21일 유안타증권은 보로노이가 높은 선택성과 BBB 투과도 중심의 후보를 도출하고 있으며 주요 파이프라인인 VRN07, VRN10, VRN11의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전체와 단백질 분석 등 생체 분석 가능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며 생물학적 빅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챗GPT와 같은 트랜스포머 모델을 적용한 거대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빅데이터들을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빅데이터와 거대 AI의 활용은 멀티 오믹스(Omics) 연구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질병과 관련된 분자 생물학적 이해와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돌연변이 단백질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약 개발 타깃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믹스란 개별 유전자(gene)와 전사물(transcript), 단백질(protein), 대사물(metabolite) 등 생체물질을 포괄하는 총체적 개념의 데이터 세트를 바탕으로 하는 생물학 분야를 말한다. 

하 연구원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인 ‘보로노믹스’를 활용한 약물 설계로 기존 임상까지 소요되는 평균 4.5년의 시간을 1.5년으로 단축할 수 있어 빠른 신약 후보 물질 도출이 가능하다”며 “신약 후보 물질은 표적 kinase에 대한 높은 선택성과 BBB 투과도를 기준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선택성은 높은 약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표적 kinase 이외에 결합할 가능성이 부작용이 낮다”며 “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증가하고, 표적 돌연변이들이 암세포의 전이를 촉진하는 경우가 많아 BBB를 통과하는 약물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 연구원은 “VRN07(EGFR exon20ins 표적)은 보로노이의 파이프라인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물질로 미국 오릭(ORIC Pharmaceuticals)에 기술 이전했다”며 “VRN07은 전임상 시험에서 미국 제약사 컬리넌온콜로지(Cullinan Oncology)의 ‘CLN-081’과 동등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LN-081은 임상 1/2a상에서 38%의 객관적반응률(ORR)로 현재 국내에서 승인된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중 유일한 경구 치료제 ‘엑스키비티’의 ORR 28%보다 고무적인 결과를 확인해 VRN07도 엑스키비티 이상의 유효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VRN10(HER2 표적), VRN11(EGFR C797S 변이 표적)는 높은 선택성과 BBB 투과 프로파일을 보여줬다”며 “HER2 표적항암제 시장은 여전히 뇌 전이에 효과적인 약물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으며,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됨에 따라 타그리소 주요 내성 변이인 C797S 표적항암제에 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VRN10과 VRN11에 대한 권리는 보로노이가 모두 소유하고 있어 향후 라이선스아웃(L/O)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며 “빅파마(거대 제약회사)와의 L/O 계약 시 주가의 리레이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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