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25년간 1000대 상장사 경영 내실 분석 결과 발표
지난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역대 최고치…삼성전자 2년째 영업이익 1위 놓쳐

2024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톱 10 [자료제공=한국CXO연구소]
2024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톱 10 [자료제공=한국CXO연구소]

[데일리인베스트=권민서 기자]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5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위를 달성했다. 

9일 한국CXO연구소는 ‘2000년~2024년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 영업손익 및 당기손익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매출액 및 영업이익, 당기손익은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148조2865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년 76조9245억원보다 92.7%나 껑충 뛰었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이 100조원 이하로 급감한 데 따른 반사 효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7.4% 수준에 머물렀다. 조사 대상 25년 중 상위 10번째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000대 기업은 체격(매출)과 체력(영업이익)은 강화됐으나 근력(영업이익률)의 강도는 평이한 수준에 머문 셈이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곳은 129곳으로 전년 142개사 대비 13곳 줄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를 본 기업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3개사로 집계됐다. 반면, 나머지 507곳은 영업이익이 증가하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톱5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기아 △현대차 △HMM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영업이익 1위에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오르며 주목을 끌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4조6721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가 2024년 21조3314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과 동시에 국내 영업이익 1위로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밀려 영업이익 2위로 밀려났는데 2023년에도 현대차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2년 연속 선두 자리를 놓쳤다. 2002년부터 2024년까지 23년간 연속으로 매출 1위를 유지해 온 삼성전자로서는 다소 체면을 구긴 셈이다. 삼성전자 2023년 11조5262억원 영업손실을 보였다가 2024년 12조3610억원 넘는 흑자로 돌아섰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 덩치는 SK하이닉스보다 3배 이상 컸지만, 영업이익에서는 거꾸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섰다”며 “이러한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8.3%에 달한 반면, 삼성전자는 5.9%에 불과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만 놓고 보더라도 SK하이닉스는 6조7633억원으로, 삼성전자(1조4692억원)보다 4배 이상 차이난다”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도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위를 수성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로서는 하반기에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한 ‘1조 클럽’ 기업은 29곳으로 전년보다 6곳 많아졌다. 1조 클럽에 신규 진입한 기업은 11곳이고, 5곳은 탈락했다. 신규 입성한 기업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더불어 한국전력공사도 2023년 6조5039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3조1666억원 흑자로 돌아서며 영업내실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이외 △HMM(5647억원→3조4897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190억원→1조4997억원) △현대해상(9816억원→1조4018억원) △메리츠금융지주(3357억원→1조2203억원) △셀트리온(6384억원→1조2110억원) △크래프톤(8116억원→1조2085억원) △삼성증권(6620억원→1조1054억원) △키움증권(4723억원→1조247억원)이 1조 클럽에 새로 입성했다.

이와 달리 △SK(1조5504억원→9983억원) △에쓰오일(1조3508억원→4195억원) △SK이노베이션(1조2354억원→4932억원) △KT(1조1853억원→3464억원) △한국금융지주(1조1488억원→6207억원)는 영업이익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1조 클럽 중 영업이익 증가율이 100% 넘는 곳은 5곳이다. 특히 최근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할 것인지를 놓고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HMM이 517.9%로 가장 높았다. △메리츠금융지주(263.5%↑)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8.9%↑) △키움증권(116.9%↑) △한국가스공사(113.3%↑)가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과 함께 전체 당기순이익 규모도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00대 기업 전체 순익은 134조4629억원으로 전년 103조5714억원보다 30%가량 증가했다. 당기순익률도 6.7%로 1년 새 1.1%포인트(P) 상승했다. 2000년 이후 7번째로 높은 수치다. 

당기순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29곳으로 전년 대비 10곳 많아졌다. 신규 입성한 기업 중 SK하이닉스는 순손실 4조8361억원에서 지난해 순이익 17조6403억원을 달성했으며 △현대자동차(4조8975억원↑) △HMM(2조6458억원↑) 두 곳도 순익이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25년간 당기순이익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2023년에 10조원 넘게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배당금 수익금으로만 29조원을 넘어서며 높은 순익을 유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은 23조5825억원 수준이다.

순익 1조 클럽 중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HMM이다. 2023년 1조254억원에서 2024년 3조6712억원으로 258%나 상승했다. 이외 △메리츠금융지주(241.2%↑) △삼성SDS(176.4%↑) △POSCO홀딩스(102.8%↑)도 순익 증가율이 100%를 넘어섰다. 

오일선 소장은 “개별 기준 영업손익 현황은 각 기업의 법인세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출발점과도 같다”며 “지난해 정부가 SK하이닉스로부터 3조원이 넘는 법인세를 거둬들인 반면, 삼성전자는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실질적으로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어서 국가 세수 곳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높은 영업이익을 실현해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가를 상승시키는 동시에 세수 증가에 기여하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 살림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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