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써치 사외이사 조사 결과…100곳 중 60곳 여성 사외이사 활약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 숫자가 최근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파악된 여성 사외이사는 67명으로 지난해보다 90% 넘게 증가했다. [자료제공=유니코써치]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 숫자가 최근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파악된 여성 사외이사는 67명으로 지난해보다 90% 넘게 증가했다. [자료제공=유니코써치]

[데일리인베스트=민세진 기자]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 숫자가 최근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파악된 여성 사외이사는 67명으로 지난해보다 90% 넘게 증가했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올해 처음으로 10% 벽을 돌파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1명 이상 활약하는 기업도 절반을 넘어서며 올 한해 여성 사외이사 돌풍이 거세게 분 것으로 나타났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2021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현황 현황 분석’ 결과에서 이같이 도출됐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기준이고, 사외이사와 관련된 현황은 올해 3분기 보고서를 참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숫자는 44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간 441명 때보다 사외이사는 7명 많아졌다. 올해 조사된 사외이사를 성별(性別)로 구분해보면 여성의 증가 속도가 최근 1년 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외이사 448명 중 여성은 6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35명보다 갑절 가까이 많아진 숫자다. 최근 1년 새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증가율만 보면 91.4%(32명↑)로 수직상승했다. 

100대 기업 내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도 지난해에는 7.9%였는데 올해는 15%로 1년 새 10% 벽을 넘어섰다. 이러한 배경에는 다수 기업들이 임기만료 등으로 물러난 사외이사 후임으로 여성을 다수 전진 배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22년 상반기 중에는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0%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 파악된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448명 중 119명은 올해 처음으로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119명 중 42명이나 여성으로 채워졌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중 35.3%가 여성으로 교체된 셈이다. 

지난해에는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배출한 기업은 30곳이었으나 올해는 60곳으로 많아지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100대 기업 중 70곳이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다. [자료제공=유니코써치]
지난해에는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배출한 기업은 30곳이었으나 올해는 60곳으로 많아지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100대 기업 중 70곳이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다. [자료제공=유니코써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숫자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배출한 기업은 30곳이었으나 올해는 60곳으로 많아지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100대 기업 중 70곳이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다. 

이처럼 여성 사외이사 증가에는 내년 8월에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큰 영향을 끼쳤다.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 원 넘는 대기업은 의무적으로 이사회 구성 시 어느 한쪽 성(性)으로만 채우지 못하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가 2600곳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이중 자산 2조원 넘는 곳은 200곳이 되지 않는다. 이사회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곳은 국내 전체 상장사 중 1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상장사 전반으로 제도 시행을 확산하려면 향후 몇 년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기업을 살펴보면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 숫자가 가장 많았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 숫자는 총 8명인데 이중 37.5%인 3명이 여성이었다. 이어 삼성전자, 한국전력(한전), S-Oil, 금호석유화학도 여성 사외이사가 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Oil은 사외이사 6명 중 2명(33.3%), 금호석유화학은 7명 중 2명(28.6%), 한전은 8명 중 2명(25%)이 여성 사외이사로 포진됐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67명을 살펴보면 1960년대 출생자는 36명으로 53.7%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1970년대 이후 출생자가 23명(34.3%)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에는 1960년대생이 60%, 1970년 이후 출생 25.7% 정도였다. 일반 임원과 함께 여성 사외이사도 1970년대생이 크게 늘어난 반면 1960년대생 비중은 다소 줄어든 모양새다.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서도 1970년생 이후 출생자가 돌풍을 일으켰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3월 주총 때  신규 선임되는 여성 사외이사 중에는 1970년생 이후 태어난 대학 교수 중에서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해 처음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 119명 중 38.3%(46명)에 해당하는 비중이 대학 교수 등 학계 출신들을 영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교수 중에서도 경영·경제학 분야와 법학을 전공한 교수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범위를 넓혀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324명)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 멤버는 모두 77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여성은 사외이사 숫자보다 4명 더 많은 71명이었다. 최고경영자(CEO)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 숫자는 가뭄에 콩 나듯 적었다. 올해 기준 100대 기업 전체 이사회 인원 중 여성 비율은 9.2%였다. 작년 동기간 5.2%와 비교하면 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국내 100대기업 기업 이사회 중 여성 비율은 아직 10% 벽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국내 여성 이사회 비율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소속된 기업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율은 올해 처음 3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10년 전 미국 상장사의 여성 이사 비율만 해도 16% 수준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아직 우리나라의 여성 이사회 진출 속도는 미국보다 10년 이상 뒤처진 셈이다. 

지난해 기준 영국, 프랑스, 독일의 상장기업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비율도 각각 34.3%, 43.3%, 25.2%로 우리나라 기업보다 높았다. 이중 독일은 이사가 3인 이상인 이사회의 경우 30%를 여성에 할당하도록 의무화했고, 노르웨이는 임원이 9명 이상인 경우 남녀 비율을 각 40% 이상 채우도록 시행하고 있다.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도 2022년 내년부터 상장기업에 최소한 한 명의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법을 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조사와 관련,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최근 ESG경영 열풍과 내년 법 개정 시행 등을 앞두고 국내 재계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여성 사외이사 인재후보군이 매우 적어 기업에서 마땅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더 많은 우수한 여성 사외이사 인재를 육성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다양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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