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써치,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400명이 넘는 사외이사 중 여성은 35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제공=유니코써치]

[데일리인베스트=민세진 기자] 내년 8월부터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사실상 1명 이상 두는 것이 의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0곳 중 70곳은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100대 기업의 400명이 넘는 사외이사 중 여성은 35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국내 100대 기업 사외현황 현황 분석’ 결과에서 이같이 도출됐다고 24일 밝혔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기준이고, 사외이사와 관련된 현황은 2020년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숫자는 441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성별(性別)로 구분해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400명이 넘는 사외이사 중 여성은 35명(7.9%)에 그친 반면 남성은 406명(92.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00대 기업 내 사외이사 여성은 열 명 중 한 명꼴도 되지 않은 실정이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는 곳은 30곳으로 집계됐다. 7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가 전무했다.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영입할 때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여성 사외이사 있는 30곳 중에서도 여성이 2명 이상 되는 곳은 단 4군데 밖에 되지 않았다. 

‘지역난방공사’는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 숫자는 총 6명인데 이중 50%인 3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이어 삼성전자, 한국전력(한전), S-Oil도 여성 사외이사가 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Oil은 사외이사 6명 중 2명(33.3%), 한전은 8명 중 2명(25%)이 여성 사외이사로 포진됐다. 

400명이 넘는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55년생이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5년 단위별로 살펴보더라도 1955~1959년 출생자가 128명(29%)로 최다였다. 1960~1964년생은 120명(27.2%)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1950~1954년생 74명(16.8%), 1965~1969년 53명(12%) 순으로 나타났다. 1970~80년대 태어난 사외이사는 35명(7.9%)로 1950년 이전 출생자 31명(7%)보다 많았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1980년대에 출생한 사외이사도 두 명으로 파악됐다. 한전 방수란 비상임이사는 1987년생으로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 최연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80년대생은 지역난방공사 정이수 사외이사이다. 1982년생인 정 이사는 한양대 법학과와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현재 정이수법률사무소 변호사이자 의정부지방법원 파산관재인 등을 맡고 있다. 

1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사외이사들의 학력 등을 살펴보면 박사급은 197명으로 44.7%에 달했다. 사외이사 둘 중 한 명은 박사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포진되어 있는 셈이다. 또 소위 명문대로 지칭되는 SKY(서울·고려·연세대) 학부 대학을 나온 사외이사도 165명(37.4%)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에서도 서울대 출신은 106명이나 됐다. 대기업 사외이사 그룹에서도 서울대 출신을 선호하는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사외이사들의 핵심 경력을 구분해 보면 대학 총장과 교수 등 학계 출신이 184명(41.7%)으로 주류를 이뤘다. 100대 기업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대학 교수 출신으로 채워질 정도로 전문성이 높은 학자들을 영입하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이어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 출신 99명(22.4%), 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관세청·감사원·지자체 공무원 등 행정계 출신이 84명(19%)으로 많았다.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54명(12.2%)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 중에서는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출신도 30명이나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제외하고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세 기관에서 공직 생활을 했던 이들 중에서도 25명 정도가 현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세계적으로 ‘ESG’가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 중 여성 비율을 높이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남성 중심의 이사회가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자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해온 기업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여성 사외이사의 증가는 기업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 조직 운영의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기 때문에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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