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임원 2004년 이후 첫 300명 돌파…삼성전자 55명 최다
아모레퍼시픽·CJ제일제당 여성임원 비율 20% 넘어
[데일리인베스트=민세진 기자] 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지난 2004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3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00대 기업 남녀 전체 임원수는 200명 넘게 감소했는데도 여성 임원은 되레 36명 늘어 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여성 임원을 한 명이라도 보유한 기업 숫자도 2004년 10곳에서 올해는 65곳으로 대폭 증가했다. 또 단일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55명으로 여성 임원이 최다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2021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도출됐다고 27일 밝혔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매출액 기준이고, 여성 임원은 올해 반기보고서에 나온 임원 현황 자료를 참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32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86명보다 여성 임원이 1년 새 36명(12.6%)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가 작년 6871명에서 올해 6664명으로 200명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여성 임원은 되레 증가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경우 전체적으로 임원 자리를 감축하는 상황에서도 여성 인재는 적극 중용하고 있는 흐름만큼은 뚜렷했다.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도 2019년 3.5%에서 지난해에는 4.1%로 늘었는데, 올해는 4.8%로 전년대비 0.7%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은 5%를 밑돌아 여전히 대기업에서도 유리천장은 견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숫자는 지난 2004년 당시만 해도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22명)→2010년(51명)→2011년(76명)으로 증가하더니 지난 2013년에는 처음으로 여성 임원 100명 시대를 열었다. 2013년 당시 여성 임원 수는 114명이었다. 2014년에는 106명으로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138명)→2016년(150명)→2018년(216명)→2019년(244명)→2020년(286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320명대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숫자는 올해 65곳으로 작년 60곳보다 많아졌다.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2006년 13곳→2010년 21곳으로 조금씩 증가해왔다. 이후 2011년 30곳→2013년 33곳→2015년 37곳→2016년 40곳→2018년 55곳→2019년 56곳→2020년 60곳으로 많아졌다. 올해는 65곳으로 작년보다 5곳 증가했다. 그만큼 대기업 내에서 여성 임원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들은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2022년 임원 인사에도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5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J제일제당은 22명으로 여성 임원이 많은 넘버2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작년과 올해 여성 임원이 17명으로 동일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16명), 현대차(15명), 삼성SDS(13명), KT(1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10명 이상 여성 임원을 다수 기업은 작년 6곳에서 올해 7곳으로 1곳 증가했다. KT가 지난 해 여성 임원 9명이었는데 올해는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새로 합류했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전체 임원 69명 중 여성 비율이 23.2%로 가장 높았다. CJ제일제당도 전체 임원 98명 중 22.4%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S(14.8%), 네이버(13.9%), KT(11.1%) 세 곳도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 기준으로 출신대학이 확인된 여성 임원 중에서는 이화여대를 나온 여성 임원이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21명), 서울대(2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다수 배출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중에서는 부산대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김수련 연구위원(1967년), 롯데칠성음료 진달래 상무보(1970년), 아모레퍼시픽 구애란 상무(1975년)와 삼성전자 정혜순 연구위원(1975년)은 부산대(학부 기준)를 졸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22명 중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활약 중인 여성 임원은 4명에 불과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1970년생)을 비롯해 네이버 한성숙 대표(1967년) , CJ제일제당 김소영 이사(1972년), 롯데칠성음료 송효진 상무보(1976년)가 이들 그룹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국내 기업에 ESG경영 열풍이 불면서 지역·성별·출신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 ‘다양성(Diversity)’ 항목이 중요해지면서 과거와 달리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은 물론 일반 임원과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인재 선호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선진국에서는 상당수 여성 인재 육성에 대한 프로그램은 물론 여성 임원 비율도 높은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여성 인재 활용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이 다소 인색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우리나라도 점차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실력을 갖춘 인재라면 성별 등에 따라 차별을 없애고 등용시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