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조사
카카오 김범수, 3위→2위…셀트리온 서정진, 1위→3위
[데일리인베스트=민세진 기자]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 총수(總帥)의 주식재산 현황을 살펴보니 상위 톱3에 있는 주식부자 순위가 싹 바꿔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초 기준 국내 그룹 총수 주식부자 1위를 하던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최근 1년 새 주식가치가 40% 넘게 감소하며 연말에 가서는 3위로 밀려났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월초만 해도 9조원대로 2위였는데 연말에는 14조원대로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꿰찼다. 같은 기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3위에서 2위로 순위가 변동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21년 연초 대비 연말 기준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재산 변동 분석’ 결과에서 이같이 도출됐다고 3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기업 집단 중 자연인(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50개 그룹 총수 50명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50대 그룹 총수 중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숫자는 38명이다. 이들 38명 그룹 총수의 작년 1월초 주식평가액은 총 64조5545억원이었고, 12월말에는 64조 6028억원으로 평가됐다. 50대 그룹 총수의 주식자산이 최근 1년 새 483억원(0.1%↑)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 순위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상위 1~3위 자리가 모두 바뀌어졌다는 점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작년 연초만 하더라도 주식가치가 17조7995억원 수준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다음으로 주식평가액이 높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그룹 총수 중에서는 서 명예회장이 국내 주식부자 1위로 등극했다. 지난해 1월초 기준 서 명예회장이 직접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는 2조50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에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홀딩스 등 비상장사를 통해 보유한 주식평가액까지 합치면 실제 서 명예회장 소유의 주식평가액은 18조원 수준에 육박했다. 지난해 1월초만 해도 서정진 명예회장은 국내 그룹 총수 중에서는 주식부자 1위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1년 새 주식가치는 40% 넘게 추락하며 서 명예회장의 주식재산은 작년 연말 기준 10조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50대 그룹 총수의 주식부자 순위도 작년 연초 1위에서 연말 3위로 2계단 후퇴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1월초 기준으로 보면 9조5747억 원으로 서정진 명예회장 다음으로 주식부자 넘버2를 유지했다. 그러다 작년 4월29일에 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 받으면서 단숨에 15조8185원으로 10조원대 주식부자 대열로 단숨에 합류했다. 작년 6월말에도 15조5612억 원으로 15조원대 주식가치를 유지했다.
이때도 이 부회장은 국내 주식부자 2위를 했다. 지난해 12월30일에는 14조1900억원 이상의 주식가치를 보이며 같은 해 4월말 때보다 1조6000억 원 넘게 주식재산이 줄었다. 하지만 주요 그룹 총수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8조9206억원의 주식평가액으로 국내 주식부자 3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작년 6월에 카카오 주식이 1주당 16만9500원까지 올라갈 시점의 김범수 의장의 주식재산은 18조원을 넘기도 했다. 한동안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탈환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연말에 가서는 12조원대로 주식평가액이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보면 국내서 주식재산이 두 번째로 높은 그룹 총수에 꼽혔다. 김범수 의장은 작년 초 주식부자 3위에서 출발해 한때 1위를 찍고 연말에는 2위에 안착했다.
50대 그룹 총수 중 작년 연초 대비 연말 기준 주식평가액 상승률만 놓고 보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세주 회장의 작년 1월4일 기준 주식가치는 1154억 원이었다. 12월30일에는 2114억원으로 최근 1년 새 960억원 넘게 증가했다. 주식재산이 최근 1년 새 83.2%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주식가치 상승 배경에는 장 회장이 보유한 동국제강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 주효했다. 동국제강 주가는 작년 초 8680원에서 연말에는 1만5900원으로 높아졌다.
정몽진 KCC 회장의 주식평가액도 최근 1년 새 67%나 폭풍 상승했다. 작년 1월초 3281억원에서 12월말에는 5480억원으로 주식재산만 2000억원 넘게 많아졌다. 정몽진 회장은 KCC 주식을 갖고 있다. KCC는 지난해 연초 주가가 19만9000원에서 시작해 연말에 31만5000원으로 크게 올랐고, 정 회장의 보유 주식수도 증가하면서 5000억원대 주식부자 대열에 진입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작년 초 7117억 원이던 주식평가액이 연말에는 1조1523억원으로 작년 한해 61.9%나 주식재산이 불어났다. 주식재산이 크게 증가하며 조 회장은 주식재산 1조 클럽에도 당당히 입성했다. 특히 조현준 회장이 보유한 7개 종목 중 3곳이나 주식가치 상승률이 최근 1년 새 100%를 넘어섰다. 다른 1개 종목도 90% 이상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이순형 세아 회장(61.6%↑)과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52.1%↑)도 작년 연초 대비 연말 주식평가액이 50%를 넘어섰다. 이중 이순형 회장은 작년 초만 해도 699억원 수준의 주식가치를 보였는데 연말에 가서는 1131억원으로 많아지며 1000억 원대 주식자산가 그룹에 합류했다.
이와 달리 50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서정진 명예회장의 주식재산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 명예회장의 주식재산은 작년 연초 대비 연말 기준으로 7조7700억 원 넘는 주식가치가 감소했다. 한해 43.7% 수준의 주식가치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여기에는 서 명예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가치가 최근 1년 새 각각 43%, 47%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결정타였다.
구광모 LG 회장의 주식가치도 작년 연초 2조6600억원 정도에서 연말에는 2조300억원 정도로 6300억원 넘게 주식재산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한 해만 23.9% 정도로 주식평가액이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는 ㈜LG 주식가치가 낮아진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역시 작년 초 3조7400억원 수준이던 것이 연말에는 3조700억원 정도로 6700억원 넘게 주식평가액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한해 17.9% 되는 주식재산이 없어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주식가치 하락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작년 한해 주식평가액이 13.6%(1월초 8073억원→12월말 6976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8.8%(1조2156억원→1조1085억원)나 주식재산이 내려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의 주식부자 1위는 한동안 삼성 이건희 회장이 독보적으로 유지해왔지만 향후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 세 명이 국내 주식부자 최고 자리를 놓고 치열한 3파전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 카카오, 셀트리온 세 개 주식종목의 주식가치가 어떻게 흘러갈 지에 따라 국내 그룹 총수의 주식부자 순위 판도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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