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100대기업 CEO 임원 이력 조사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2005년부터 17년째 CEO로 활약

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최장수 임원은 이찬의 삼천리 부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회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대표이사로 활약해오고 있는 CEO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100대 기업 CEO 중 30대에 재계의 별인 임원 자리에 처음 오른 경우도 5명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제공=한국CXO연구소]
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최장수 임원은 이찬의 삼천리 부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회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대표이사로 활약해오고 있는 CEO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100대 기업 CEO 중 30대에 재계의 별인 임원 자리에 처음 오른 경우도 5명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제공=한국CXO연구소]

[데일리인베스트=민세진 기자]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최장수 임원은 이찬의 삼천리 부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회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대표이사로 활약해오고 있는 CEO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100대 기업 CEO 중 30대에 재계의 별인 임원 자리에 처음 오른 경우도 5명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00대기업 전문경영인 임원 이력 추적 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도출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매출액 기준이고, 오너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 123명이다. 전문경영인은 올해 3분기 기준 대표이사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100대 기업 CEO로 활약 중인 대표이사 중 최장수 임원인 주인공은 이찬의 부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1954년생으로 올해 만 67세인 이찬의 부회장은 1991년에 삼천리 이사직을 맡으며 임원 반열에 처음 등극했다. 

1991년 당시 삼천리 최고경영자이던 故인현철(1929년생) 대표이사 회장과 지금의 이찬의 부회장과의 나이 차이는 25년이나 됐고, 같은 회사에서 50~60대에 해당하는 1930~1940년대 초반생들이 당시 임원의 주류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1950년대생으로 30대인 이찬의 부회장이 이사에 발탁된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파격이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임원 경력을 꾸준히 쌓으며 삼탄과 키데코(KIDECO) CEO 등을 거쳐 현재 삼천리 부회장(副會長)으로 활동 중이다. 처음 임원이 된 년도부터 포함하면 올해까지 31년 간 임원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이찬의 부회장을 제외하고서도 20년 이상 임원으로 재직 중인 최고경영자도 이번 조사에서 1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 금춘수(1952년생) 총괄 부회장은 지난 1995년 2월 1일자로 ㈜한화 이사보로 오른 후 올해로 27년 간 임원 간 한화 그룹에서 임원으로 활약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978년에 입사한 금 총괄 부회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사장과 한화차이나 사장, 한화그룹 총괄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40년 넘게 한화그룹에서 성장해온 정통 ‘한화맨’이다. 

HMM 배재훈 사장도 임원 경력만 올해로 26년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배 사장의 재계 입문은 LG그룹에서 시작됐다. LG에 입사한 후 1995년 12월 12일자로 당시 LG반도체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LG계열사인 판토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9년에 현재의 HMM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5년 간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영자도 김기남 삼성전자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세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처음 임원 명함을 받았다. 이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젊은 임병용 부회장이 임원 배지를 가장 먼저 달았다.   

임병용(1962년) 부회장은 1996년 12월11일자로 당시 LG텔레콤 이사로 선임되며 재계의 별로 올라섰다. 임 부회장은 LG그룹 임원이 되기 전까지는 검사 출신으로 법조계에 몸을 담고 있었다. 

최근 부회장에서 승진한 김기남(1958년) 회장은 1997년 1월 17일자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1기가D램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수석연구원에서 이사보급 연구위원으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김 회장의 나이는 39세. 임원 승진을 발표한 시점이 음력설 이전이기 때문에 당시 언론에서는 38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1997년 1월 인사 발표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30대는 김기남 회장을 포함해 4명이 있었다. 

최현만(1961년) 회장도 1997년 7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상무)를 맡기 시작하며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초석을 다져왔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총수인 박현주 회장이 1997년 당시 최현만 회장을 포함해 동원증권에서 활약했던 8명과 합심해 성장시켜온 것이 지금의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메리츠증권 최희문·DB손해보험 김정남 부회장, 동일 회사서 대표이사만 10년 넘게  

임원 경력과 달리 100대기업에서 대표이사직을 가장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CEO는 차석용 부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05년에 본격적으로 지금의 LG생건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 올해까지 17년째 CEO를 역임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 부회장은 1998년 국내에 소재한 기업 중에서는 쌍용제지 대표이사직에 처음 올랐다. 당시 차 부회장의 나이는 45세. 이미 40대 중반에 사장 타이틀을 달고 CEO로 처음 등극한 것이다. 

이때부터 계산할 경우 차 부회장은 지금까지 CEO 경력만 해도 20년이 넘는다. 올해 68세인 차석용 부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경영학 학사)와 코넬대(경영학 석사)를 나온 인재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과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도 올해도 12년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장수 CEO에 속한다. 두 명의 최고경영자는 지난 2010년부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최희문 부회장은 골드만삭스와 삼성증권 임원 등을 거쳐 지금의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영입파형 경영자다. 김정남 부회장은 DB손해보험(舊 동부화재)에서 임원이 되어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한우물형 CEO형에 속한다. 

권오갑(1951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도 지난 2014년 10월부터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 그룹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권 회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고, 과거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 등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08년에 울산현대축구단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력부터 CEO 경력을 합치면 15년 가까이 된다.  

100대기업 CEO 중 30대에 임원 반열에 오른 이는 5명 내외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도 임병용 부회장은 만34세 나이에 임원 명함을 가장 빨리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임 부회장은 검사 생활을 하다 LG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재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GS그룹에서 근무 중이다. 

이외 최현만 회장(36세), 이찬의 부회장(37세),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38세), 김기남 회장(39세)도 조사 대상 CEO 중 30대에 기업의 꽃인 임원 자리에 올랐다. 최희문 부회장도 삼성증권에 임원으로 등극한 나이는 38세이지만, 외국 임원 경력까지 합치면 이보다 이른 나이에 임원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100명이 넘는 이번 조사 대상 CEO 중 30대와 45세 미만에 첫 임원으로 올라선 경우는 31.7%(39명)나 됐다. 100대기업 CEO 3명 중 1명꼴로 30대 말 40대 초반(35~44세) 전후로 기업의 별로 올라서는 이른바 ‘사초임원(四初任員)’ 에 해당됐다. ‘사초임원’ 그룹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임원 경력도 15년을 넘고 CEO까지 올라설 기회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실제 45세 이전에 처음 임원이 된 CEO들의 평균 임원 기간은 18년 정도로 길었다. 그만큼 30대 말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는 핵심 인재일수록 최고경영자 반열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반대로 48~54세 사이 50대 초반 즈음에 임원이 되는 ‘오초임원(五初任員)’ 중에는 2~3년 정도하고 물러나는 ‘임시직원’이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사초임원이 수재(秀才)형 인재라면, 오초임원은 노력(努力)형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임원이라고 해도 최초 임원을 언제 하는지에 따라 CEO까지 갈 수 있느냐 아니면 임시직원으로 끝나는 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이미 국내 재계에서는 30년 전부터 30대 말 40대 초반에 해당하는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을 임원으로 발탁해오고 있기 때문에 최근 30대 젊은 임원들이 등장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40대 초반 전후로 임원으로 발탁되는 이들이 2~3년만 활동하고 물러나는 임시직원이 아니라 10~20년 넘게 기량을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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