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980년대 저금리에 부동산 2~3배 폭등…그 뒤 금리인상으로 1/4 토막
[데일리인베스트=조완제 기자] 최근 집값 하락이 심상치 않으면서 우리나라 집값도 일본처럼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후 불황에 빠지자 금리를 낮추는 처방을 했고, 저금리로 부동산에 돈이 몰리면서 가격이 3배가량 뛰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 이후 일본은 이같은 급등을 국부가 받쳐주지 않는 자산버블이라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고, 그 뒤 부동산 가격은 4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5년간 저금리로 인해 집값이 2~3배 뛰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도 따라서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커플링해 최고 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1990년 이후 상황과 흡사합니다.
일본식 버블 붕괴 주장은 과거에도 제기된 적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서울 집값에 버블(거품)이 끼어있다며 일본처럼 붕괴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폭락했던 집값이 2001년부터 본격 상승했는데 이게 버블이란 분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예측은 노무현 정부 후반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빗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6년 이후 ‘버블세븐’인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분당·용인·평촌의 집값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에 지독하게도 오르지 않던 경기 일산도 그 당시 30평대 아파트가 6억원까지 치솟으며 그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일산은 버블세븐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준버블세븐으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버블세븐이라고 명명한 거에서 알 수 있듯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집값 폭등은 심각한 사회문제였습니다. 이렇게 집값이 폭등하자 버블붕괴를 외쳤던 그 연구원은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이런 주장이 힘을 받았습니다. 2012년 즈음에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뉴스메이커’였습니다. 그 당시는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정부가 부추기는 등 부동산시장이 극도로 침체됐을 때였습니다. 대표적으로 12억~14억원 하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6억 후반대~8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을 때였죠. 폭등했던 일산 30평대 아파트도 3억원으로 반토막 납니다. 빚을 내서 집을 매입한 사람들은 원리금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그러면서 하우스푸어 등 용어가 신문 지상을 장식합니다.
그 무렵에 선 소장은 “과도한 가계부채와 소득 정체, 저출산·고령화 여파 등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08년 하반기부터 장기 대세 하락 흐름에 들어갔다”면서 “그 과정에서 과도한 가계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주택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선 소장의 분석에 많은 국민이 공감을 했고, 정설로 굳어졌습니다. 그 때 아파트는 계속 하락하기에 사면 손해가 발생하는 ‘상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예측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휴지통으로 들어갔습니다. 선대인 소장이 자취를 감춘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최근 인천 송도‧청라‧검단 등 외곽지역 뿐 아니라 서울 마포 등에서까지 실거래가가 최고 고점에서 반토막 났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거래가 절세를 위한 친족간 매매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 23주 연속 집값이 내리고 있는 흐름입니다. 하락세를 멈출 수 있는 특별한 호재거리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식 버블 붕괴가 우리나라에도 닥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 근거로 노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전환 등을 꼽고 있는데 일본과 판박이란 거죠.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일본보다도 대출 리스크 관리를 잘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버블 당시 부동산 담보를 100%까지 인정했지만 우리나라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통해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 주장에 함정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가비율은 수도권만 따졌을 때 70% 정도입니다. 즉, 10억원 짜리 집을 매수할 때 전세를 끼는 갭투자를 하면 3억원만 있으면 됩니다. 게다가 3억원에서도 1억~2억원을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빌리기도 합니다. 결국 80~90%를 빚으로 충당해서 집을 사는 겁니다.
7억원이란 전세금은 매수자가 전세입자로부터 빌린 돈입니다. 나중에 집을 비우면 그 돈은 돌려줘야 합니다. 전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는 새 전세입자를 들여서 갚으면 됩니다. 그러나 이런 선순환이 깨졌을 때는 어떻게 될까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하락세로 접어든지 23주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LTV·DTI 등을 근거로 일본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일본식 버블 붕괴론자의 주장은 번번이 틀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10년 후에는 그 답이 나오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