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인베스트=조완제 기자] 지금은 ‘하우스푸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지만, 2011~2013년에는 꽤 시중에서 회자됐습니다. 하우스푸어란 집은 있지만 빚이 많아 생활고에 허덕이는 사람을 뜻합니다. 한 번 하우스푸어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이 폭등하면서 ‘버블세븐’이란 지역이 등장했습니다. 2006년 즈음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목동과 경기 분당, 용인, 평촌을 일컫는 말인데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올라 거품이 끼었다는 의미로 이렇게 불렀습니다. 일각에서는 버블지역에 경기 일산을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집값은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2012년 즈음에 12억원 하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7억원까지 추락했지요.

노무현 정부 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집값이 떨어진데다, 높은 이자를 내야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하우스푸어란 말이 등장했지요.

그 당시에는 경기 삼송, 미사리 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 대부분이 미분양이었습니다. 이제 부동산 상승시대는 저물었다고 보고 집 사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대비해 집을 팔거나 평수를 줄이면서 중대형 아파트는 낙폭이 더 컸습니다.

이런 모습은 박근혜 정부 말기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2017년 5월 예정보다 7개월 일찍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 그 단초를 제공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내건 특목고를 없애겠다고 공언했고, ‘내로남불’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외고, 자사고 등 전국에 있는 소위 ‘명문고’가 모두 사라지게 된거죠. 그러자 ‘맹모삼천지교’ 학부형들이 학군이 좋은 강남으로 몰려가고,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들썩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이를 잡겠다고 부동산대책을 수없이 내놓습니다. 

그러나 어설픈 정책으로 강남 집값은 안 잡히고 오히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쥐불처럼 폭등세가 번져갑니다. 키 맞추기를 한 것이죠. 그 이후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전지역으로 집값 상승이 바이러스처럼 퍼졌습니다. 집값이 두 배가 뛰면서 이제 서울에서 10억원 이하 집을 찾기가 어려워졌죠. 

이런 폭등세는 집을 정리했던 60~70대 은퇴자들까지 펀드나 예금에 있던 돈에다 대출까지 받아 주택 매입 레이스에 동참한 것이 컸습니다. 수익률이 주식이나 예금보다 훨씬 높으니, 당연한 일이죠.

물론 노무현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나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것도 작용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20대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9일입니다. 이제 불과 1년여밖에 안남았습니다. 차기 대통령이 여당에서 나오느냐, 야당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부동산대책은 180도 바뀔 것입니다. 특목고 존치여부 등 교육정책도 마찬가지고요.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뀌면서 집값은 3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만약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이런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랠리 때 대출을 수억원을 받은 국민이 대부분이라, 하우스푸어란 단어가 10년 만에 언론에 다시 나오게 될 겁니다.

다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저금리로 돈이 넘쳐납니다. 이런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이명박 정부 때와 같은 하락폭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2022년 이후 금리를 올리고, 달러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세계 증시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2022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인베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