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인베스트=김병만 기자] 2차전지 기업 씨아이에스가 지난 1월 중순부터 계속 주가가 내리막을 타면서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봄만 하더라도 4000원대에 머물던 씨아이에스는 2차전지 관련주로 부각된 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올해 1월17일에는 1만735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1년도 안돼 4배 넘게 오른 셈이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1만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127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던 씨아이에스는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어 이를 계기로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에는 미국 업체와 약 507억원 규모의 2차전지 전극공정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게다가 2차전지 제조용 전극제조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의 배터리기업 CATL이 애플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실제로 실현될 경우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씨아이에스의 사업은…
씨아이에스는 지난 2009년 설립됐으며, 2차전지 제조설비 및 자동화 설비 설계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씨아이에스는 창사 이후 2차전지용 극판제조 장비 개발 및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의 수요를 선행 확보 및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고체 전지 관련 소재 개발 및 양산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씨아이에스는 전고체 전지의 핵심부품인 높은 이온 전도 특성을 가지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고 있다. 또 양산성을 고려한 합성 공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추후 고체 전해질 양산화를 위한 공정 개발 및 최적화가 진행되면 수요기업을 통해 고체 전해질의 신뢰성 확보 및 본격적인 고제 전해질 소재 상용화 단계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씨아이에스는 이차전지 제조용 전극제조 메인 장비 외에도 다양한 컨버팅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평가 등에 필요한 랩 전극제조장비, 편광필름 제조 장비, 필름 슬리터, 이차전지 안전성 평가 장비 등이 있다.
특히 이차전지 선행개발에 필요한 랩 전극제조 장비는 국내외 연구기관과 대학교에 많은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 저렴하고 기능이 좋아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씨아이에스의 주장이다.
■ 지난해 매출액 늘었으나, 영업손익 당기순손익 실적은 악화돼…성장성·규모 ‘최상위’
씨아이에스는 지난 2019년 별도기준 매출액 1005억5289만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전년보다 17% 상승한 1180억5735만원을 거둬들이며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늘었으나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의 실적은 악화됐다. 씨아이에스의 2019년 당기순이익은 153억9405만원으로 집계됐으나,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0% 하락한 139억1078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회사 측은 전방산업의 투자 규모 확대와 개발라인 매출 증가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씨아이에스의 2019년 영업이익은 11억9439만원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전년보다 139% 급증한 44억1066만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내며 실적이 적자전환 됐다.
나이스 기업정보에 따르면 씨아이에스는 동종 산업 내에서 △활동성-하위 △수익성-상위 △안정성-중위 △성장성-최상위 △규모-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력저장장치 산업 성장으로 2차전지 기업 부각…CATL의 애플카 협력설도 실현되면 수혜 받을 듯
최근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모빌리티 및 전력저장장치 산업의 가파른 성장으로 2차전지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2차전지의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고 있다. 2차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배터리가 아닌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의미한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2차전지 시장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포스코케미칼을 방문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 간담회에서 “2차전지 분야 초격차(경쟁업체가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터리 산업 발전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성능, 저가격, 고안전 기술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세계 추세가 급변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전반에 걸친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기술개발 지원, 생태계 고도화,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이 포함된 ‘2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을 올해 상반기 중에 수립해 발표할 구상이다. 이에 따라 2차전지와 관련된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다.
한편 씨아이에스가 2차전지 제조용 전극제조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의 배터리기업인 CATL의 애플카 협력설이 제기된 영향도 호재로 해석된다.
앞서 외신에 따르면 중국 CATL이 애플카 프로젝트를 위해 삼원계 리튬 배터리 샘플을 공급하고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보도됐다. CATL은 올해 1월 4.3GWh의 배터리 공급량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현재 CATL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애플카 논의가 정보 유출 이슈로 중단됐기 때문에 보안 유지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CATL이 애플카와 협업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협력사인 씨아이에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 김수하 대표, 지비이홀딩스에 지분 넘기며 투자금 융통…자금확보·공장 증설 등으로 향후 실적도 긍정적
씨아이에스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의 충격으로 실적이 부진하면서 재무 여건도 악화돼 자체적인 투자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에 처했다. 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보유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못해 자금 융통에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기존 최대주주인 김수하 대표이사가 ‘지비이홀딩스’에 지분을 넘기기로 합의했고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서 숨통이 트었다. 그간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비이홀딩스가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물량까지 모두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감하게 최대주주 변경까지 이뤄진 것은 향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작업은 물론 생산시설 증설 계획 등을 예정대로 실행하기 위해선 꾸준히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실제로 최대주주로 오른 지비이홀딩스는 꾸준한 투자에 나서 씨아이에스의 위기 타파에 힘쓰고 있다. 씨아이에스가 결정한 300억원 규모의 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물량을 모두 책임졌다. CB 전환가액 7603원 기준으로 발행할 주식 수는 394만5810주다. 만기는 2025년 10월 15일이고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연 2.0%다.
CB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공장 증설과 R&D에 활용할 계획이다. 씨아이에스는 올해 3월 본사 공장동 증축을 위한 시설투자를 진행했다. 이번 시설투자를 통해 본사 1공장 유휴 부지에 1800㎡(약 545평) 규모의 공장동을 증축해 기존 3100㎡(940평)의 1공장 규모를 약 60% 늘려 2차전지 생산확대 계획을 밝혔다.
또 대구 동구 봉무동에 확보한 이시아폴리스 산업용지 부지를 99억원에 인수했는데 여기에 3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전고체 배터리 등 신규 사업을 위한 R&D도 자금 확보를 통해 더욱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대부분의 보유 지분을 넘겼지만 김 대표는 꾸준히 대표직을 유지하며 기존·신규 사업을 책임지며 씨아이에스의 안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자금 확보와 공장 증설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실적 역시 긍정적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