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R협의회 "캐즘 진입으로 고객사 발주 줄어 매출 감소 불가피"
[데일리인베스트=어윤지 기자] 노칭장비 전문업체 디이엔티는 지난 2분기 매출액은 20%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호전됐다. 증권가에서는 디이엔티에 대해 디이엔티가 고정밀 레이저 노칭 기술 등을 바탕으로 배터리 제조 공정의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차별화된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2차전지 장비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초순부터 상향각을 그리다 7월말부터는 내림세로 전환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2001년 설립된 디이엔티는 2차전지 장비와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LCD 검사장비 기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2차전지 레이저 노칭 장비 및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는 2005년 1월26일에 상장됐다.
디이엔티는 지난 2017년부터 레이저 노칭기 개발을 시작해 2021년 말부터 레이저 노칭기 양산라인 매출이 생겼다. 레이저 노칭기는 기존에 사용하는 프레스 노칭기와 비교해 속도, 수율, 비용 등에서 장점이 있으며 특히 불량률이 낮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디이엔티는 2차전지 전극공정의 핵심장비인 레이저 노칭장비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 레이저 노칭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레이저 노칭기를 양산라인에 공급하는 것은 디이엔티가 국내에서 유일하며, 2차전지 양산라인에 레이저 노칭기를 설치한 것도 국내·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에 공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양산라인에 디이엔티의 레이저 노칭기가 단독으로 공급되고 있다.
2021년 8월 미국 법인 (DE&T US INC.)을 시작으로 2023년 1월 인도네시아 법인(PT. DENT ENERGY INDONESIA), 2024년 4월 미국 미시간 법인(DE&T MICHIGAN INC.), 2024년 9월 캐나다 법인(DE&T CANADA LTD)을 차례로 설립하며 북미 및 아시아 주요 배터리 허브 진출을 완료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은 레이저 노칭 46.1%, 부품·기술 및 설치용역 47.0%, 에이징테스터 1.8%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 초순 850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디이엔티는 10월 중순부터 내림세를 보이며 12월 초순 4600원대로 주저앉았다. 이후에는 상향각을 그리며 올해 2월 하순 7100원을 넘어섰다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4월 초순 4700원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바로 상승 반전하며 7월 하순 7500원대로 올라섰다. 이후에는 하락 전환하며 최근 600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12일에는 전날보다 1.98%(120원) 오른 6180원에 장을 마쳤다.
디이엔티는 지난 8월22일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2025년 코스닥 라이징스타’ 22개사에 포함됐다.
한국거래소는 유망 코스닥 상장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을 지원하고,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라이징스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라이징스타’로 선정되면 연부과금 및 상장수수료 면제(1년간), IR 개최 지원, 기업분석보고서 발간, IBK기업은행 금리우대 등 혜택을 제공받는다.
디이엔티는 지난 2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37억9876만원으로 전년 동기 197억1967만원 대비 2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억3818만원 전년 동기 5억2287만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47억8357만원 손실로 전년 동기 17억3749만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올해 2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398억4218만원으로 전년 동기 628억1866만원 대비 36.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7억7892만원으로 전년 동기 9억1085만원 대비 95.3%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32억8239만원 손실로 전년 동기 70억1846만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463억7422만원으로 전년 1273억5369만원 대비 1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억3562만원으로 전년 17억4781만원 대비 206.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81억9997만원으로 전년 10억1483만원 대비 16933.3% 증가했다.
이와 관련, 증권가는 디이엔티에 다소 중립적인 리포트 내놓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IR협의회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 구간 진입으로 고객사들의 신규 발주가 줄며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디이엔티가 고마진의 2차전지 장비를 중심으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경민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디이엔티는 2025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3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628억원) 대비 36.5% 감소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전기차 캐즘 이슈로 2차전지 설비 투자 추이가 2024년 대비 보수적으로 바뀌어 디이엔티와 같은 2차전지 장비 공급사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전년 동기(9억원) 대비 95.2% 증가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이는 고마진 프로젝트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채권관리 개선에 따른 대손충당금 환입 등으로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차 시장이 초기 폭발적 성장 단계를 지나 캐즘 구간에 진입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배터리 관련 설비 투자도 지연되고 있다”며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의 신규 투자가 축소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경쟁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설비 투자 여력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반기 수주잔고는 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1557억원 대비 46.4% 감소했다”며 “디이엔티는 2차전지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짚었다.
이어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회복 단계로 진입하기까지 1-2년의 조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배터리 장비 업체들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년 실적과 관련, 김 연구원은 “디이엔티의 2025년 실적은 상반기 실적을 감안할 때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매출 398억원을 기록한 점과 수주 잔고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2025년 상반기에 출하가 지연되었던 장비들이 하반기에 북미로 출하될 것을 감안하면 연간 매출은 1213억원(전년 대비 -17.1%)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는 2024년 1464억원 대비 약 17% 감소한 수치”라며 “전기차 시장의 캐즘 구간 진입으로 배터리 장비 투자가 전면적으로 위축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의 신규 발주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회사가 수익성 중심의 2차전지 장비 공급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점, 상반기에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점, 하반기 장비 출하가 상대적으로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은 37억원(전년 대비 -30.9%)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디이엔티가 고마진 프로젝트 위주의 선별 수주와 생산 효율성 개선에 집중하면서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26년 이후 전기차 시장이 본격 회복되기 전까지는 안정적 사업 운영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포인트와 관련, 그는 “디이엔티의 첫 번째 투자포인트는 양극재 레이저 노칭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과 강력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이라며 “현재 디이엔티는 양극 레이저 노칭 장비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구축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기술적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음극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디이엔티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양극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디이엔티의 레이저 노칭 기술은 기존 프레스 방식 대비 상당한 성능 개선을 달성했다”며 “가공 속도 면에서 상당한 향상을 실현했으며, 장력을 대폭 감소시켜 전극 파단(전극재가 찢어지거나 끊어지는 현상) 발생을 현저히 줄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극 파단이 발생하면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생산 중단이 발생하고 불량품이 생산될 뿐만 아니라, 완성된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파단 감소는 매우 중요한 기술적 성과”라며 “현재 디이엔티가 보유한 다수의 관련 특허와 기업부설연구소를 통한 지속적인 R&D 투자는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지속 확대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두 번째 투자포인트는 주요 배터리 제조 허브 지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글로벌 시장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이라며 “2021년 미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23년 인도네시아 법인, 2024년 미국 미시간 법인, 2024년 캐나다 법인까지 총 4개의 해외 법인을 연이어 설립해 이는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고객사와의 근접성을 확보하고 신속한 기술 지원 및 사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밸류에이션과 관련, 김 연구원은 “디이엔티의 2025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24.9배는 국내 2차전지 장비 동종업체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2024년 기준으로 보면 디이엔티의 PER 6.2배는 필에너지 19.7배, 씨아이에스 9.5배, 코윈테크 9.2배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이엔티의 2025년 PER이 24.9배로 2024년 6.2배 대비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주가가 상승해서 PER 밸류에이션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실적 감소 때문”이라며 “2025년 매출과 이익이 2024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2024년에 영업외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던 환차익 효과(원화 약세 효과)를 2025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디이엔티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단기적으로는 리레이팅 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관점에서는 저평가된 상태”라며 “2차전지 업계 전반의 캐즘 우려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최근 배터리 셀 업종의 대표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이 대규모 수주를 공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2차전지 업황 회복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 둔화와 중국발 가격 경쟁 심화, 그리고 노스볼트 파산 등 일련의 부정적 뉴스가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업황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캐즘에서 벗어난다는 신호가 서서히 드러난다면 디이엔티가 보유한 차별화된 기술력과 시장 지위로 디이엔티는 저평가 국면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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