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삼성 등 지난해보다 인사 빨라져
젊은 임원 비중 증가…1970년대 출생자 52%
[데일리인베스트=권민서 인턴기자]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29일 내년 초까지 진행되는 2024년 대기업 임원 인사를 ‘에스프레소(ESPRESSO)’ 키워드로 요약했다고 밝혔다.
에스프레소(ESPRESSO)는 △조기 인사 단행(Early) △1970~1980년대 젊은 임원 약진(Seventy-Eighty) △성과에 따른 인사(Performance) △여성 임원 증가(Rise) △효율성 강화 차원에서 통합형 임원 두각(Efficiency) △임원수 축소(Scale down) △이공계 출신 두각(Science Technology) △젊은 오너 리더십 강화(Owner leadership)를 각각 의미한다.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는 지난해보다 시기가 앞당겨졌다. 현대차는 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의 CEO급 인사를 기존보다 1개월 빨리 발표했다. LG와 삼성도 지난해보다 1주 앞당겨 인사를 단행했다. 유니코써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 및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관련 재계 총수들의 해외 일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1970년대생 임원들의 비중이 늘어난 점도 두드러진다. 2023년 반기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7345명 중에서 1970년대생 출생자는 지난해보다 7%p 오른 52%다. 삼성전자는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LG이노텍은 문혁수 부사장, LG에너지솔루션은 강창범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1970년대생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1980년대생 임원도 지난해 1.5%에서 올해 1.8%로 늘었다.
경영 실적에 따라 임원 승진 규모도 상이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둥 IT와 신세계를 포함한 유통 업종은 실적이 악화되며 임원 승진자 폭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에 임원 인사를 진행한 신세계는 계열사 임원을 40% 갈아치우는 등 고강도 인사를 실시했다. 영업내실이 좋지 않은 석유화학·건설·제약·전기가스 등 다수 업종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호실적을 올린 자동차 업종은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증가할 수 있다.
여성 임원 비중은 올해 439명에서 460~49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5%→2020년 4.1%→2021년 4.8%→2022년 5.6%→2023년 6%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ESG공시에 대비해 여성 임원을 늘리는 추세인 것을 감안할 때 여성 임원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조직 효율성을 위해 2개 이상 부서를 관리하는 통합형 임원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R&D와 같은 필드형 임원보다는 법무, 홍보, 인사노무, 총무, 전략기획 등 스텝형 임원 중에서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비용 측면에서 여러 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함이다. 특히 최근 변호사 출신이 기업에 많이 진출하며 법무 지원·인사노무·전략기획·홍보 등을 맡는 추세를 감안할 때 내년 인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
경영 실적 악화로 인해 전체 임원 규모는 축소될 수 있다. 지난 2010년 이래로 올해 가장 저조한 경영 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100대 기업 내 전체 임원 숫자는 2019년 6932명→2020년 6871명→2021년 6664명→2022년 7175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였지만, 내년에는 6900~7100명대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로 평균 3~4명 가량 줄이는 수준이다.
신기술을 주도할 이공계 출신 임원은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1000대 기업 내 대표이사급 최고경영자 중 학부 기준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비중은 지난해 44.9%에서 올해 45.4%로 상승했다. 최근 인사가 단행된 삼성전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 단장,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이다. 이공계 출신 임원 상승세는 2024년 임원 인사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젊은 오너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는 최근 몇 년간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인사 속도가 빠른 특징을 보인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 1980년대생인 HD현대 정기선 사장은 부회장으로, 코오롱 이규호 사장은 지주사 부회장으로 올라섰다.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핵심 임원을 전진 배치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LG는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젊은 경영자를 임명했다. 젊은 오너 리더십 강화 인사는 주요 그룹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