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 "항암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텍으로 가치 재평가 필요"
[데일리인베스트=이도흔 기자] 신약 개발기업 큐리언트가 최근 표적항암치료제 Q901의 미국 임상 1·2상 첫 환자 투약을 마치며 주목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Q901 등 임상 단계에 진입한 항암제 후보 물질이 큐리언트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7일 거래 재개 이후 급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반등하기 시작한 주가가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큐리언트는 2008년 7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분사 설립된 후, 2016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큐리언트는 설립 초기 글로벌 기초연구 소싱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사업에 집중해 안정적인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NRDO는 기업, 연구소 등 외부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 중간단계에서 기술을 수출하는 모델이다. 현재는 잠재성이 높은 항암 신약에 주력하는 전문 바이오텍으로 전환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1년 8월에는 의약품도매업체 에이치팜을 인수한 뒤 같은 해 10월 합병을 완료했다.
큐리언트의 항암 파이프라인으로는 면역항암제 Q702와 세포주기 조절 인자를 조준하는 항암제 Q901이 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제로 시작된 텔라세벡(Telacebec, Q203)은 브룰리궤양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장돼 임상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토피성피부염 치료제 Q301은 임상 2상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큐리언트는 지난해 5월 상장폐지 여부 심사로 거래가 중지됐으나, 상장 유지가 결정되며 지난 10월7일 매매가 재개됐다. 지난 10월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전날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열고 큐리언트의 상장유지를 결정했다.
큐리언트는 지난해 5월 기술특례상장 기업 최초로 실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특례상장 회사는 상장 5년 후부터 별도 기준으로 최근 분기 매출액 3억원, 최근 반기 매출액 7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큐리언트는 2021년부터 매출 요건을 달성해야 했지만 지난해 2분기까지 매출 0원을 기록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작년 8월 기업심사위원회가 경영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했으며, 큐리언트는 같은 해 10월 의약품 도매업 회사 에이치팜을 인수하면서 문제를 해소했다. 올해 8월 경영 개선 기간이 종료된 후, 9월 개선계획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큐리언트는 재개 직후인 10월7일은 1만5400원대에 거래됐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11월22일 장중 879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는 급등세를 보이며 11월말에는 1만원을 회복했다. 지난 1일에는 전일 대비 14.83%(1550원) 오른 1만20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일 큐리언트는 표적항암치료제 Q901의 미국 임상 1·2상 첫 환자 투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Q901는 암세포의 세포주기조절인자인 CDK7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표적항암제다. 암세포의 디옥시리보핵산(DNA) 회복을 억제하고 유전체 불안정성(Genomic instability)을 높이는 기전이다.
Q901은 현재까지 보고된 CDK7 저해제 중 선택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게 큐리언트 측의 설명이다. 미국 임상 1·2상은 미국 메이요클리닉 3개 지점을 포함한 총 6개 병원에서 진행된다. 약 70명의 진행성 고형암 환자가 대상이다. 임상을 통해 용량에 따른 안전성 검증, 유효 용량 확인 및 항암 효능 등을 확인하게 된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Q901의 임상이 본격화되며 여러 공동개발 제안을 받고 있다”며 “단독 요법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병용요법 개발도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31일에는 면역항암치료제 Q702와 MSD(머크)의 면역항암치료제 키트루다의 병용투여 임상 1B·2상 개시를 위해 연구자 및 임상기관 관계자들과 연구자 미팅을 개최했다. 이는 Q702와 키트루다 병용투여 한국 임상 시작을 준비하기 위한 자리였다. 분당차병원, 삼성의료원, 서울대병원 등의 연구자 및 연구관계자들과 연구 진행 방향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임상 1B·2상 시험은 미국과 한국에서 약 14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0여개 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Q702는 전임상에서 뚜렷한 단독요법 효능을 보인 물질이 병용요법에 적용되는 사례”라며 “Q702는 전임상에서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 뚜렷한 효과가 확인된 만큼 이번에 진행되는 병용임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지난 10월5일에는 면역항암 치료제 Q702의 전임상 연구결과 논문을 국제학술지 캔서스(Cancers)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Q702는 선택적으로 ‘Axl’ ‘Mer’ ‘CSF1R’ 세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저해하는 면역항암 치료제다. 종양미세환경을 개선해 면역을 활성화 시키고, 암세포에 직접 작용해 암세포에서 항원 제시 작용을 하는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1) 발현을 높인다.
논문에 따르면, 생쥐(마우스) 모델에 Q702를 처리하면 항암 작용이 활성화된다. 큐리언트는 Q702가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해, 자체적인 항암 효능과 함께 항‘PD-1’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율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이번 논문은 지금까지 국제 학회에서 발표해왔던 Q702 연구결과를 정리해 처음 출간한 것으로, 향후 발표할 임상 결과 해석의 기초가 될 자료”라며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임상 진입 후 효능 평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하는 통상적 관례에 따라 발표된 만큼, 향후 다양한 기관들과의 추가적인 협력 확대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14일에는 Q901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연구를 위해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에 따라 큐리언트는 선별된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Q901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1·2상을 진행하게 된다. 양사는 이를 위해 공동 연구팀을 구성키로 했다. 임상에 쓰이는 키트루다는 MSD가 무상 지원한다.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는 “전임상에서 Q901과 키트루다의 병용에 대한 유익한 효과를 확인한 만큼, 향후 진행될 임상에서 동일한 효과를 기대한다”며 “이번 협력은 작년 11월 발표된 큐리언트의 면역항암제 Q702와 키트루다 병용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공동 연구”라고 전했다.
한편, 큐리언트는 앞선 9월6일 면역항암제 Q702와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1b·2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기도 했다.
이와관련, 증권가는 큐리언트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지난 1일 신한금융투자는 큐리언트에 대해 항암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텍으로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장세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큐리언트는 임상 단계에 진입한 항암제 후보 물질 2건을 보유하고 있고 내년에 첫 임상 결과가 기대되는 만큼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항암제 후보 물질인 Q702와 Q901 모두 머크와 키트루다 병용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Q702는 종양미세환경을 개선하고 암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면역반응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Q901은 세포주기 억제로 암세포의 DNA 복구 기전에 문제를 일으켜 유전체적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항암제 파이프라인과 별개로 기존에 개발 중이던 다제내성결핵치료제인 텔라세벡(Telacebec)과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Q301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개발 목표에 도달한 만큼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기술이전을 통한 수익 실현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텔라세벡은 2a상을 종료해 현재 국제기구향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며 향후 상업화 성공 시 PRV(Priority Review Voucher·신약우선심사권) 수령과 더불어 추가적인 수익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Q301은 2b상 종료 이후 10월 상업화 제형 개발이 완료됐으며 현재 글로벌 피부과 전문기업으로의 기술이전 논의를 재개했다. 2023년 중 기술이전에 대한 성과 확인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래재개 이후 주가가 재개 전 대비 66% 하락해 비슷한 기간 거래 재개된 바이오 기업들과 비교 시 하락 폭이 돋보였지만 이는 정지 기간 중 주요 파이프라인들의 개발 성과를 감안할 때 펀더멘털 이슈가 아닌 수급 이슈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발행된 전환우선주들의 전환가액은 최대 리픽싱 기준 현 주가 대비 최소 42%, 최대 125% 높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펀드 만기와 청산, 환매 등의 이슈로 불가피하게 손실 구간에서도 매도한 물량은 단기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부정적 수급 이슈는 일단락됐다”며 “향후 펀더멘털에 기반한 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잔여 전환우선주는 최대 189만1504주로 향후 100% 전환을 가정하더라도 시가총액은 1400억원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편 큐리언트는 지난 3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21억6910만원으로 13억7797만원 대비 57.4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90억3151만원으로 전년 동기 52억7126만원 대비 71.33% 증가했으며, 당기순손실은 88억7495만원으로 전년 동기 52억4130만원 대비 69.33%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64억5457만원으로 전년 동기 13억7797만원 대비 368.41%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12억4365만원으로 전년 동기 188억8120만원 대비 12.51%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207억7863만원으로 전년 동기 186억1575만원 대비 11.62%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