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특허 합의 및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
삼성증권 "유리한 입지 확인, 다음 특허 전쟁 향배에 주목"
[데일리인베스트=김지은 기자] 툴젠이 지난달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아바타테라퓨틱스’와 기술 협약을 맺은데 이어 신약 개발 전문업체 ‘아이피에스바이오’와도 업무 협약을 약속했다. 또 미국 생명공학기업 ‘인텔리아’와 ‘리제네론’이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한 신약으로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툴젠 역시 조명 받았다. 툴젠은 해당 기업의 크리스퍼 원천 기술을 보유 중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툴젠의 주가 향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툴젠은 1999년 설립 이후 유전자교정 제품 및 서비스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ZFN 유전자가위, TALEN 유전자가위 개발에 이어 2012년 CRISPR/Cas9(크리스퍼·카스9) 유전자가위 개발에 성공하면서 현재의 사업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3일 16만200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툴젠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 2월24일 4만71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 조짐을 보이며 6만50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더니 지난 18일에는 8만4000원까지 올랐다. 25일과 28일에는 8만500원, 7만6300원을 기록했다. 29일에는 8만300원을 기록했으며 30일에는 전일 대비 3.8%(3100원) 오르며 8만3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공시된 지난해 자료를 살펴보면 툴젠의 매출액은 15억9727만5445원으로 전년 동기 7억1309만2877원에서 12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7억3070만761원 손실로 전년 동기 147억8152만8871원 손실에서 40.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06억9247만8003원 손실로 전년 동기 146억9776만3778원 손실에서 40.8% 감소했다.
최근 미국에서 CRISPR의 특허권을 두고 벌어진 브로드연구소와 UC버클리와의 분쟁에서 브로드연구소가 승리하면서 툴젠 역시 유리한 위치에 점하게 됐다.
미국 특허청은 지난 2월 28일 브로드연구소가 제출한 연구노트 등을 토대로 2012년 7월 진핵세포에서 크리스퍼 실험에 먼저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어줬다.
CRISPR는 일명 유전자가위라고 불리며 DNA의 특정 염기서열과 반응해 질병과 장애를 유발시키는 DNA를 잘라내고 정상 DNA로 교체하는 유전자 편집기술이다.
툴젠은 1세대 유전자가위(ZFN), 2세대 유전자가위 기술(TALEN), 3세대 CRISPR/Cas9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각의 기술은 한국에서 특허로 등록했다. 이와 더불어 2016년까지 국내외에서 총 29개의 유전자가위 관련 기술 특허를 등록했다.
툴젠은 2012년 10월에는 미국에 진핵세포에 CRISPR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는 기술로 특허 가출원을 진행했다. 최근 미국 특허청은 툴젠의 특허에 대해 다른 특허와 독립된 기술인지를 판결하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브로드연구소의 승리에 따라서 툴젠에는 현재 진행되는 심사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브로드연구소와 UC버클리 사이 분쟁에서 연구노트의 내용을 선발명의 근거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툴젠은 서울대와 공동 연구 당시 작성했던 연구노트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노트 속의 내용은 두 기관의 객관적 발명일보다도 빠른 발명일을 입증하고 있다며 특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미국 생명공학기업 ‘인텔리아’와 ‘리제네론’이 크리스퍼를 활용한 신약으로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툴젠 역시 재조명받았다. 툴젠은 해당 기업의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인텔리아와 리제네론은 유전질환의 일종인 트랜스티레틴아말로이드증 환자 6명에게 크리스퍼 기반 신약후보물질을 주입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했다. 한 달 뒤 환자들의 독성 혈중수치가 효과적으로 떨어졌고, 12개월 후에는 독성 수치가 최대 93%나 떨어졌다.
툴젠은 지난달 아바타테라퓨틱스와 유전자가위를 전달하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기술 개발 및 생산 협력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AAV는 유전자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유전자가위 전달 도구다. 아바타테라퓨틱스는 AAV에 대한 설계 전문성을 갖췄으며, 이와 관련한 생산 플랫폼을 구축 중인 바이오 벤처다.
김영호 툴젠 대표는 “우리가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의 효능에 대한 초기 검증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유전자치료제 생산 및 전달 기술이 중요하다”며 “아바타테라퓨틱스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 속도를 더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7일에는 아이피에스바이오와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세포주를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업은 유도만능줄기세포에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접목해 세포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아이피에스바이오가 보유한 줄기세포 소재와 신경질병 관련 연구 역량에 툴젠의 유전자교정 기술을 접목하는 협력을 진행해왔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산업적 관점의 공동 연구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툴젠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KB증권은 30일 툴젠에 대해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유전자가위 특허 합의에 도달하며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태희 KB증권 연구원은 “툴젠은 유전자 가위 전문 바이오텍”이라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펑거, 2세대 탈렌, 3세대 CRISPR/Cas9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CRISPR/Cas9의 경우 CVC그룹 및 브로드 연구소와 선발명에 대한 특허 분쟁을 이어갈만큼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3년 네덜란드 종자 업체인 키진을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인 써모 피셔와 몬산토 포함 총 18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요 파이프라인은 첫째, 차세대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라며 “TAG-72 타깃 CAR-T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해 항암 효과를 개선했으며 2022년 임상1상 진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TGT-001”이라며 “질병의 원인이 되는 PMP22 유전자 발현을 조절했으며 전임상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고 했다.
그는 “셋째,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TG-wAMD”라며 “VEGF(혈관내비성장인자) 생성을 억제하도록 유전자를 편집했으며 2023년 하반기 IND(임상시험계획)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은 CRISPR/Cas9에 대한 특허 분쟁 결과”라며 “CVC그룹 및 브로드 연구소와 특허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툴젠이 저촉심사에서 시니어 파티 지위를 인정받았고 임시 출원일도 브로드 연구소보다 2달 정도 빠르다는 점 등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최종 결정되기 전 3사의 합의 가능성도 높다”며 “합의될 경우 툴젠은 향후 CRISPR/Cas9으로 발생할 수익뿐만 아니라 이미 CVC그룹과 브로드 연구소가 얻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빠르면 2022년 말, 늦으면 2023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특허 합의를 기대하며 긍정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라며 “특허 합의 외 모멘텀으로는 CRISPR/Cas9 관련 추가 기술이전과 차세대 CAR-T의 임상 1상 진입, 시제품 판매에 따른 매출액 발생 등이 있을 수 있고 차세대 CAR-T의 임상 1상 결과가 우수할 경우 기업가치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18일 툴젠에 대해 최근 CRISPR/Cas9 특허 소송 결과가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툴젠은 플랫폼 기술 특허 기반으로 글로벌 업체와 경쟁 중인 유일한 국내 업체로 유전자 편집 기술인 ‘징크핑거’, ‘탈렌’에 이어 CRISPR/Cas9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3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 CRISPR/Cas9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 대비 높은 정확도 외에 타깃별로 적합한 가이드 RNA(가이드 리보핵산)만 새로 제작하면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 편의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CRISPR/Cas9 기술은 염기 삽입 또는 제거에 의해 특정 유전자를 녹아웃(유전자 기능 제거)하거나, 정상 유전자로 복구하는 녹인(새로운 염기 교체) 방법을 활용한다”며 “현재의 CRISPR/Cas9 치료제는 녹아웃 방법으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하여 질병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향후에 녹인 기술 활용을 통해 적응증 확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해외 비교 기업들과 툴젠의 CRISPR/Cas9 기술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봤다. 그는 “툴젠은 원천 특허 보유로 기술 사용이 자유로운 반면, 해외에서는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연구실(브로드 연구소, UC버클리 등)과 신약 개발하는 기업이 분리돼 있다. 전용실시권 계약을 통해 신약 개발을 진행한다”고 했다.
또 그는 “툴젠은 미국에서 브로드 연구소와 UC버클리 각각 특허 소송 중”이라며 “미국 특허청은 2월 28일 브로드 연구소와 UC버클리의 특허 분쟁에서 연구노트 기준 진핵세포에서의 CRISPR/Cas9 선발명을 인정했다. 브로드 연구소의 특허를 독립된 기술로 최종 판정한 것”이라고 했다. 브로드 연구소의 승소로 툴젠의 유리한 입지를 확인했다는 해석이다.
서 연구원은 “툴젠은 각각의 저촉심사에서 선출원일 기준 선순위 권리자(시니어 파티)에 속해있다”며 “툴젠은 진핵세포 관련 특허 출원일이 브로드 연구소와 UC버클리 대비 빠르지만 지난달 브로드 연구소와 UC버클리 판결에서 확인된 양사의 선발명 시점이 툴젠의 출원일보다 빠르기 때문에, 향후 선발명자로 인정받기 위해 연구노트 외에 실험 구현을 통한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툴젠은 1단계 저촉심사(motion phase)를 진행 중으로, 2022년 중반 발표될 결과에서 유리한 입지 유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후 선발명자를 가리는 2단계 저촉심사(priority phase)에 진입해, 내년 상반기 툴젠 특허 저촉심사에 대한 방향성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신약 개발을 기대했다. 그는 “툴젠은 2022년 CAR-T 치료제 임상 1상에 이어, 2023년에는 샤르코-마리투스병 환자 대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해외 기업은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CRISPR/Cas9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툴젠은 미국 특허 소송으로 인해 R&D 진행 속도가 다소 늦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2021년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만큼, 2022년 본격적인 신약 개발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