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삼성·현대차·SK·LG그룹 대상 10개 분야별 순위 조사
[데일리인베스트=민세진 기자]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현대차·SK·LG 4대그룹이 10개 경영지표와 관련된 올림픽을 펼칠 경우 삼성그룹이 9개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개는 부채비율로 SK그룹이 가장 낮아 1위를 기록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4대그룹 대상 주요 10개 분야별 순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5월경 발표한 공정자산 순위 상위 4개 그룹이다. 비교 경영 항목은 공정자산, 매출, 당기순익, 시가총액, 고용, 영업이익률, 매출 10조 이상 슈퍼기업수, 1인당 매출, 1인당 영업이익, 부채비율 10개 항목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은 주요 10개 경영 분야 중 9곳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자산은 457조원 규모로 대한민국 1위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공정자산은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집단의 서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쓰이는데,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과 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것이 공정자산이다. 일반인으로 치면 개인재산과 성격이 비슷하다.
그룹전체 매출에서도 삼성은 333조원으로 확고부동의 1위였다. 이외 시가총액(685조원), 순익(20조7000억원), 고용(26만2126명), 매출 10조원 넘는 기업수(6곳), 직원 1인당 매출(12억 7300만원), 직원 1인당 영업이익(1억200만원), 영업이익률(8%) 항목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딴 것으로 기록됐다. 그만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삼성은 다수 항목에서 초격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재계 순위 경쟁에서 최대 관심사는 삼성의 금메달 숫자보다 2위가 어느 그룹인지에 관심이 더 쏠리는 형국이다.
▲현대차, 공정자산·매출·고용 항목에서 2위…매출 10조 슈퍼기업도 그룹 중 두 번째로 많아
그룹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이번 비교 조사 10개 항목 중 4곳에서 은메달을 확보해 두었다. 눈에 띄는 종목은 그룹전체 매출이다. 현대차의 지난 2020년 매출은 182조원 수준으로 3위(동메달)를 한 SK(138조8000억원)보다 40조원 이상 많았다. 매출 체격만 놓고 보면 삼성 다음으로 현대차가 2위 포지션을 유지했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매출 넘버2 자리를 지속적으로 지켜왔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SK(184조원)가 현대차(170조원)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른 적도 있었다. 그러다 1년 후인 지난 2019년에 현대차(185조원)는 SK(160조원) 매출보다 높아지며 2위 탈환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에서도 현대차는 삼성 다음으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2020년 기준 현대차 그룹의 전체 임직원 수는 16만 6925명이다. 동메달을 딴 LG(15만 4633명)보다 1만 명 이상 직원수가 많았다.
매출 10조원 넘는 슈퍼기업 숫자도 5곳으로 국내 그룹 중에서는 삼성 다음으로 현대차가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매출 10조 클럽에는 현대자동차(2020년 매출 50조6610억 원), 기아(34조3623억원), 현대모비스(22조9544억원), 현대제철(15조5680억원), 현대모비스(12조9099억원)가 매출 10조 클럽에 포함됐다. 현대차 다음으로는 LG가 4개의 매출 10조 슈퍼기업이 활약 중이다.
▲SK, 당기순익·1인당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은메달 획득…영업이익률도 삼성 다음으로 높아
공정자산 순위에서는 현대차가 246조원으로 여전히 국내 재계 넘버2로 달리고 있다. 3위는 SK(239조5000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소한 차이로 현대차가 SK보다 앞선 상황이다. 이러한 순위는 적어도 올해 5월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유지된다. 왜냐하면 1년에 1회씩(매년 5월경)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공정자산 규모에 따른 재계 서열 순위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볼 대목은 향후 발표될 2022년도 재계 공정자산 순위 발표에서는 상위권의 순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CXO연구소가 파악해보니 작년 3분기 보고서 등을 토대로 살펴보면 SK가 현대차보다 공정자산 규모가 많아지는 곳으로 잠정 집계됐다.
SK 계열사 중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 새 자산이 11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외 SK이노베이션(3조5000억원↑), SK주식회사(2조4000억원↑), SK에너지(1조8000억원↑) 등에서도 자산 1조원 넘게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10조원도 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공정자산 규모에서 SK가 현대차를 이미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오는 5월경에 공정위에서 공정자산 규모를 새로 발표한다. 이후에는 SK가 국내그룹 서열 2위로 올라선다. 지난 1997년만 해도 SK는 LG에 이어 재계 4위였다.
SK그룹은 이번 비교 대상 10개 항목 중 값진 금메달 1개를 따냈다. SK가 삼성을 제치고 금메달을 딴 종목은 부채비율이다. SK의 2020년 기준 그룹전체 부채비율은 71.31%로 4대 그룹 중 가장 낮았다. 부채비율은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다. 다른 항목과 달리 수치가 낮을수록 성적이 상위권에 속한다.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하이면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부채비율을 제외하고 SK는 당기순익, 직원 1인당 매출, 직원 1인당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4개 항목에서 2위를 했다. 2020년 기준 SK의 당기순익 규모는 9조3789억원이었다. 금메달을 딴 삼성보다는 적었지만 동메달을 기록한 현대차(3조8220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倍)를 훌쩍 넘겼다. 이외 SK는 그룹전체 직원 1인당 매출은 12억 930만 원, 1인당 영업이익은 7540만원으로 4대 그룹 중 두 번째로 상위권에 속했다. 영업이익률도 6.2%로 삼성에 이어 은메달에 해당하는 2위였다.
▲LG, 그룹 시총 규모에서 2위로 변신…부채비율도 4대 그룹 중 두 번째로 낮아 재무건전성 우수
LG 그룹의 경우 공정자산, 매출, 당기순익, 고용, 영업이익률 등 주요 항목에서는 금메달은 고사하고 은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더구나 LG그룹에 있던 몇 몇 계열사들이 LX그룹으로 떨어져 나가게 됨에 따라 매출 등 주요 항목에서 2위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LG는 최근 그룹전체 시가총액 항목에서 SK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그룹별 시가총액 규모 넘버2로 올라간 최초 시점은 지난달 27일로 당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상장하면서 국내 그룹별 시총 순위 판도가 바꿔졌다.
LG엔솔의 상장으로 삼성 다음으로 국내 그룹 시총 2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오던 SK는 3위로 밀려났다. 이달 11일 기준으로 LG 계열사에서 상장한 주식종목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23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날 SK그룹 전체 시총 193조원보다 35조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부채비율 항목에서는 LG(95.65%)가 SK 다음으로 두 번째를 달렸다. 다만, 올해 5월 공정위 발표에서 LX그룹이 별도 대기업집단으로 편입하게 됨에 따라 부채비율 순위가 달라질 수는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1997년 당시만 해도 국내 공정자산 기준으로 재계 서열 순위는 현대, 삼성, LG, 대우, SK 순이었지만 20년 넘게 흐른 올해 5월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순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그룹의 성장해온 과정을 보면 경영 능력이 뛰어난(Talent) 오너(Owner)와 전문경영인(Professional manager)이 호흡을 함께 맞췄을 때 큰 성과를 거둬왔기 때문에 향후에도 ‘톱(TOP) 경영’을 지속 유지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