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톨라니의 개'처럼 후보 지지율은 펀더멘탈(프레임)에 수렴
정권교체 vs 정권재창출 프레임…인물보다는 펀더멘탈로 승부 갈릴 듯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전제하에 야당이 10%P 이상 앞설 듯

[데일리인베스트=조완제 기자] 요즘 세간의 화두는 단연 오는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다. 각 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치면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0~15%포인트(P) 앞서며 가만있어도 당선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의 경력 위조, 본인의 말실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자살골 등이 겹치면서 열흘 전부터는 오히려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윤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고 ‘김건희씨 사태’가 잠잠해지자 다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다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1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15%로 치솟으면서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이 질문의 답을 추론하기 위해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소환하려 한다. 1999년 작고한 코스톨라니는 ‘유럽의 워런 버핏’, ‘주식의 신’ 등으로 불리는 투자계의 큰 별이다. 코스톨라니가 생전에 한 말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개(주식가치)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 개가 주인(기업가치)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는 있어도 주인을 떠날 수는 없다”는 ‘코스톨라니의 개’이다.

코스톨라니의 개는 주가가 결국 펀더멘탈(기업가치)에 수렴하게 된다는 의미로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은 대부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선거도 주식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주가처럼 지지율도 그 펀더멘탈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선거의 펀더멘탈은 프레임이고, 이번 대선의 프레임은 정권교체 vs 정권재창출이다. 따라서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가 여당과 야당의 펀더멘탈이 된다. 이 로직을 갖고 이번 대선을 예측하면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10%P 이상 차이로 당선이 된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정권재창출보다 10~15%P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 로직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4월1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0%를 득표하면서 39.18%를 얻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8.32%P 차로 눌렀다. 이 선거는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즉, 친문(문재인 긍정평가) vs 반문(문재인 부정평가)의 프레임이 작동했다. 2020년 4·15 총선이 문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어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제대로 민심이 분출되지 않으면서 보궐선거로 미뤄진 것이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문 대통령의 지지율(긍정평가)은 40% 안팎이었고, 잘 못한다는 부정평가는 53% 안팎이었다. 이 때만 하더라도 박영선 후보가 앞서고 오세훈·안철수 두 야당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리얼미터가 선거 두 달 전인 2021년 2월22일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후보는 31.1%, 안철수 후보 23.2%, 나경원 전 의원 14.2%, 오세훈 전 서울시장 9.4%,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7.3%,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2.5%로 여권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40.9%, 야권을 합하면 46.8%였다. 결국 야권은 문 대통령의 부정평가 53%를 온전하게 지지로 흡수하지 못했다. 현 정권이 싫지만 누구를 찍을지 유보한 부동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리얼미터가 2021년 2월10일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가상 양자대결은 각각 38.9%, 36.3%로 오차범위내 접전이었지만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간 대결은 각각 40.6%, 29.7%로 격차가 10%P 이상 벌어져 박 후보의 완승이었다. 따라서 이 때만 하더라도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예상한 유권자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2주전 마지막 여론조사(리얼미터 2021년 4월1일 공표 기준)에서는 오세훈 후보(57.5%)가 박영선 후보(36.0%)를 21.5%P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선거 두 달 전에는 문 대통령의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차이가 10%P 안팎이었지만 선거 2주전에는 20%P 가량 벌어졌다. 실제 선거 결과는 18.32%P 차이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여론조사와 거의 같게 나왔다.

이는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던 부동층이 투표장에서는 인물(오세훈)보다는 프레임(펀더멘탈)으로 임했음을 알 수 있다.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유권자의 선택이 펀더멘탈로 수렴해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펀더멘탈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선거초반에는 문 대통령이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10%P 안팎이었지만 선거 2주전에는 20%P 가량으로 차이가 훨씬 커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 펀더멘탈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남은 두 달 동안 정권재창출 비율이 정권교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다만 정권교체에 대한 민심이 과반을 넘은 것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지속돼 왔기에 뒤바뀔 것이라는 예측은 근거가 부족하다.

한편 이번 대선은 야권 단일화 불발이란 변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야권 단일화 전제하에 이번 대선은 코스톨라니의 개처럼 펀더멘탈(프레임)에 수렴해 윤석열·안철수 야당 후보가 10%P 가량 앞설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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