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식뿐만 아니라 독일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이 시대 손꼽히는 이야기꾼인 안병억 교수가 쓴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앉은 자리에서(in one sitting) 읽을 것 같다.  
독일 주식뿐만 아니라 독일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이 시대 손꼽히는 이야기꾼인 안병억 교수가 쓴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앉은 자리에서(in one sitting) 읽을 것 같다.  

[데일리인베스트=김환영 지식전문 대기자] 주식 세계의 신토불이인 ‘홈바이어스(home bias, 국내시장 편중 투자)’가 언제까지 통할까? 점차 많은 주식 투자자가 눈을 해외로 돌린다. 이는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운 추세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주식시장 규모는 2022년 말 현재 101조 달러(13경 442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2500조원”이다. 사정이 이러니 ‘한반도는 너무 좁다. 큰물에서 한번 놀아보자’는 욕심이 생길 법하다.  

주식 투자도 어쩌면 인연 따라가는 것이니, 국내에서는 별 재미 못 본 투자자가 국외로 나선 순간부터 일취월장 시작해 억만장자 될지 모른다.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할 때 좋은 점은 우리가 한국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친숙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 투자할 때는? 해당 국가의 주식시장, 경제나 비즈니스가 아니라 문·사·철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아야 할까? ‘두루두루 많이 알수록 좋다’는 의견과 ‘나라에 대해서는 사실 몰라도 전혀 상관없다. 해당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알면 된다’는 의견이 갈린다.  

사실 미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큰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또 미국 주식의 배경에 있는 문·사·철 지식 덕분에 큰돈 벌었다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독일이라는 나라나 독일이라는 주식투자 타깃에 관심 있다면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추천한다.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편집장을 3년 했다. 기억에 남는 독자엽서가 있다.

이런 내용이었다. ‘기사 한 개 만 더 읽고 자야지… 하다가 끝까지 다 읽게 된다.’ 기특한 생각이 들면서도 “이 잡지가 이 여학생의 공부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독일 주식뿐만 아니라 독일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이 시대 손꼽히는 이야기꾼인 안병억 교수가 쓴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앉은 자리에서(in one sitting) 읽을 것 같다.  

그의 전작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안 교수는 또 《셜록 홈스 다시 읽기》로 ‘셜록 홈스 팬(Sherlocked fans)’들을 사로잡았다.

안 교수의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영국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셜록 홈스의 눈으로 독일과 영국의 역사를 해부하다.’

안병억 작가의 책에는 중요한 핵심과 ‘영양가’ 있는 디테일이 빠짐없이 다 나온다. 그런 작가는 흔하지 않다.  

안 작가의 독일사를 왜 읽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다.

첫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다.

우리가 책이나 기사를 읽다 보면 독일 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시간과 싸우는 삶을 살다 보니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궁금증을 한번 주말에 날 잡아 풀어볼 때다.  

나의 뇌리에서 아직은 거의 인명으로만 기억되는 칸트, 헤겔, 괴테, 마르크스, 클라우제비츠….를 한 5페이지 분량으로 넓힐 때다.  

둘째, 독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데, 안 교수의 책은 독일에 대한 우리의 파편적 지식을 명품 목걸이 같은 보배로 조직화한다.

셋째, 읽는 재미와 중요한 지식 습득을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유럽통합에 대한 논문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배경에서 저자의 독일사·영국사 책들은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이 잘 균형 잡힌 역저들이다.  

그의 책들은 가독성(readability)이 좋다. 술술 읽힌다. 또 그의 저서는 아카데미즘이 추구하는 ‘이론 만들기(theory-building)’에 필요한 1차 데이터의 보고이기도 하다.

넷째, ‘아는 만큼 보인다’ ‘읽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의 의미를 체험으로 깨닫기 위해서다.

“모르는 게 약”이요 “아는 게 힘”이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불필요한 심적인 고통을 피하려면 몰라야 하고, 지식을 힘으로 삼으려면 알아야 한다.

책에 보면 이렇게 나온다. 독일인들은 “독일(게르만) 왕국=로마의 계승자”라는 정체성이 매우 강했다.

이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궁금증이 풀렸다. 왜 독일은, 루터의 종교개혁에도 불구하고 또 종교전쟁으로 그 난리 치고도 오늘날 개신교·가톨릭 신자 비율이 크리스천 중에서는 반반인가 하는 점이다. 역사학은 통상 로마제국 테두리 안이었던 지역은 가톨릭으로 남았고 제국의 테두리 바깥은 개신교로 전환했다고 한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보니 독일이야말로 이탈리아나 루마니아만큼이나 로마제국의 후예였던 것이다.  

다섯째, 좀 잘난 척 한번 해보기 위해서다. 사람은 잘난 척하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잘난 사람은 좋아한다. 잘난 척 하기 위해서도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같은 양서의 독서가 필수다. 책 좀 읽었다고 잘난 척하는, 그 꼴 보기 싫은 녀석에게 한 방 먹이자. 이렇게 “너 독일 연방하고 독일 영방하고 뭐가 다른 지 알아?”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는 상당 부분 ‘연방’과 ‘영방’에 할애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영방(領邦)의 뜻풀이는 이렇다. “13세기에 독일 황제권이 약화되자 봉건 제후들이 세운 지방 국가. 1871년에 독일 통일 제국이 출현할 때까지 존속하였다.”

이 책 117쪽에 나오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숙지하면, 나는 잘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이렇게 나온다.  

“첫 번째 정언명령은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다른 모든 사람이 해도 괜찮다고 할 행동을 하라는 의미다.

두 번째 정언명령은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도록 행동하라.’이다. 인간을 절대적인 가치를 인격체로서,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섯째,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번 다음 마지못해 정계에 진출해야 하는 경우에 필요한 정치 지식을 쌓기 위해서다.  

이 책에 나오는 ‘독일 정치의 문법, 연립정부’ ‘사회적 시장경제’의 아버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 ‘노사 공동결정과 이중결정의 선장’ 헬무트 슈미트에 대해서 알아야 우리는 깨어 있는 국민·유권자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독일의 ‘사회적 자본주의’ ‘사회적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 달리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추억 여행을 위해서다. 학교 다닐 때 독일어를 배운 사람들은 이런 추억이 생각날 것이다. 독일어 선생님께 두들겨 맞으며 외우던, 지금은 아픔은 사라지고 아련함만 남은 그 추억 말이다. 

eins 아인스 zwei 츠바이 drei 드라이 vier 피어 fünf 퓐프 sechs 젝스 sieben 지벤….  

데어 데스 뎀 덴, 디 데어 데어 디, 다스 데스 뎀 다스, 디 데어 덴 디(der des dem den, die der der die, das des dem das, die der den die).

우리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 때 독일어 시간 추억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예컨대 괴테가 1774년 25세 나이로 출간한 《디 라이덴 데스 융엔 베르터스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의 한글판 번역 제목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젊은 베르터의 고뇌》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안병억 작가의 책에는 중요한 핵심과 ‘영양가’ 있는 디테일이 빠짐없이 다 나온다. 그런 작가는 흔하지 않다.  [사진제공=안병억]
안병억 작가의 책에는 중요한 핵심과 ‘영양가’ 있는 디테일이 빠짐없이 다 나온다. 그런 작가는 흔하지 않다.  [사진제공=안병억]

저자에게 앞으로 《하룻밤에 읽는 프랑스사》, 《하룻밤에 읽는 미국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를 쓰기를 촉구한다.  

최대 5년 내로 다 쓸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시멘트 벽돌은 시멘트, 모래, 물, 모형만 있으면 무한대로 찍을 수 있다. 

안 교수는 글쓰기의 시멘트, 모래, 물, 모형을 구비하고 있다. 그러니 그의 후작을 기대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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