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둘째 주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가온미디어의 주가는 지난 2월1일부터 9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1만원대를 돌파해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사진은 가온미디어가 개발한 원격제어 네트워크 단말관리 솔루션 KRMS. [사진 출처=가온미디어 홈페이지]
지난 1월 둘째 주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가온미디어의 주가는 지난 2월1일부터 9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1만원대를 돌파해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사진은 가온미디어가 개발한 원격제어 네트워크 단말관리 솔루션 KRMS. [사진 출처=가온미디어 홈페이지]

[데일리인베스트 윤지원 인턴기자] 셋톱박스 제조기업 가온미디어의 주가가 최근 두 달 사이에 크게 급등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온미디어의 주가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6000원대 안팎에서 횡보했다. 지난 1월 둘째 주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주가는 지난 2월1일부터 9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지난 2월15일 1만4650원까지 치솟았다.

중동 및 유럽 시장 진출길이 열리고 정부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차익매물로 지난 3월부터는 1만1000~1만3000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온미디어의 사업은…

2001년에 설립된 후 2005년에 코스닥 상장된 가온미디어는 셋톱박스 공급 사업에 주력한다. 셋톱박스란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을 수신하는 장비로 가정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최근 셋톱박스는 기존의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는 기능을 넘어 인터넷 접속과 스마트홈 서비스 또한 제공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따라 가온미디어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객 댁내 장치(CPE)를 개발 및 공급했다. CPE란 공중 통신 사업자의 전송로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의 집에 설치되는 장치로 단말기, 셋톱박스, 케이블 모뎀 등을 포함한다.

가온미디어는 2005년에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 스카이라이프 공급자로 선정된 이후 KT, SK브로드밴드, Google TV 등의 고객사를 확보해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KT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음성인식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셋톱박스 ‘기가지니’와 ‘기가지니2’를 출시했다.

2007년에는 독일, 인도, 러시아 법인을 설립해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했다. 현재는 브라질, 네덜란드 등 20여 곳에 자회사와 지점을 두고 120여 개 국가에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약 61%가 수출로 인한 매출이었다.

최근 가온미디어는 기존의 셋톱박스 제조업에서 나아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다. 

지난해에는 네트워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가온브로드밴드를 설립했다. 가온브로드밴드에서는 유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브로드밴드와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장비를 만드는 데에 주력한다. 2018년에는 5세대(5G) 와이파이 장비와 6세대 장비를 출시했다. 가온브로드밴드에서 자체 개발한 원격제어 네트워크 단말관리 솔루션 ‘KRMS(Kaon Remote Management System)’은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공급됐다.

또 다른 자회사 모비케이를 통해서는 이어폰, 무선충전기, 휴대폰 케이스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활용해 사진과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설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에 지난해 실적 부진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수출에 직격탄을 맞은 가온미디어의 2020년 한 해의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2020년도 매출액은 전년보다 19.6% 감소한 4831억3594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도 매출액은 6010억4225만원이었다.

매출 감소에 따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크게 줄었다. 2020년 영업이익은 92억6296만원이었다. 전년도 영업이익 290억9256만원보다 68.2%나 줄었다. 2020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88.8% 줄어든 19억966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당기순이익은 177억9783만원이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거래처의 제품 공급이 지연됨에 따라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 기업정보에 따르면 가온미디어는 동종산업 내에서 △활동성-상위 △수익성-중위 △안정성-중상위 △성장성-중위 △규모-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장 진출과 정부 사업 참여 소식에 주가 급등

해외시장 수주 확대와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가온미디어 자회사 모비케이는 자체 브랜드 ‘1t.(원잇)’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입점해 스마트폰 케이스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글로벌 뮤직 스트리밍 플랫폼 디저(Deezer) 전용 스마트 이어폰을 아마존에 출시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통신사 에티살라트(Etisalat)에 AI 셋톱박스도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수주 계약의 규모는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온미디어는 헝가리 1위 통신사업자 헝가리텔레콤(Magyar Telekom)에 와이파이6 AP 라우터(Router) 및 솔루션을 공급한다고도 밝혔다. 가온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헝가리텔레콤은 유럽 통신 시장의 교두보인 만큼 슬로바키아, 체코, 크로아티아 및 독일까지 솔루션 공급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가온브로드밴드가 공공 와이파이 구축사업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지난 1월에 전해졌다. 해당 사업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사업으로 문재인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다. 사업에서 가온브로드밴드는 2021년 5월까지 전국 12개 지역 초중고교에 무선 공유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추진하는 ‘XR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확장현실을 의미하는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초실감형 기술을 뜻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과기부가 추진하는 ‘실감콘텐츠 신시장 창출 프로젝트’의 하나로 5G, 비대면 핵심분야인 실감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가온미디어는 교육·훈련 시스템 구축 부문에 참여해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미 지난해에는 경찰의 복합테러 대응 능력 향상 교육 및 훈련 시뮬레이션에 활용되는 XR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AI, 5G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XR 비즈니스를 제조, 건설, 의료, 국방 등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하는데 XR 기술이 필수적인 만큼 올해 5G 기반 솔루션 고도화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리딩투자증권, “글로벌 셋톱박스 제조업체 경쟁력 약해져 반사이익 얻을 듯”

2016년 말부터 D램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글로벌 셋톱박스 제조사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와중에 해외 셋톱박스 제조사들과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셋톱박스 기업들의 수출액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또 디지털 TV로의 전환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다양한 방송 서비스의 등장으로 셋톱박스 시장은 성장 침체를 겪고 있다.

증권사들은 글로벌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가온미디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리딩투자증권은 가온미디어가 현재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에 남아있는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유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아리스(Arris)와 프랑스 테크니컬러(Technicolor), 국내 H사 등 글로벌 톱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와중에 가온미디어는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셋톱박스를 중심으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왔다. 한유건 연구원은 가온미디어의 해외수출 기저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회사 가온브로드밴드의 실적 성장 추세가 돋보인다며 향후에도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올해 LG유플러스에 신규 셋톱박스를 공급할 예정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가온미디어는 LG유플러스에 와이파이6 AP 라우터를 공급할 계획이다. 향후 KT와 SK브로드밴드에도 공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유건 연구원은 가온미디어가 최근 기술력과 품질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공급 업체로 선정돼, 기존 계획보다 추가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리딩투자증권은 2021년 실적 전망치로 매출액 6386억원, 영업이익 332억원, 당기순이익 249억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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