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진의 PICK] 삼성전자 - 호실적 공시에도 14일 주가가 떨어진 까닭은

'셀온뉴스'보다는 미·중 갈등 재점화 때문으로 봐야

2025-10-15     조호진 객원기자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호실적에 어울리지 않게 하락했다. [사진출처=네이버 증권]

[데일리인베스트=조호진 타키온뉴스 대표]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호실적을 올렸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2% 성장한 86조원, 영업이익은 31.81% 증가한 12조1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평균 예상치인 10조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증권가는 반도체 부문이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추정한다. 미국 금융기관 시티그룹은 이날 삼성전자의 반도체(DS) 사업부가 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티그룹은 “추론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안으로 그래픽디램(GDDR)7이 부상하고 있고, 저장장치로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떠오르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GDDR7과 eSSD 최대 공급업체로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티그룹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12만원을 제시했다. SK증권 역시 삼성전자 DS 부문이 7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추정했다. SK증권은 “AI 서버 외에 일반 서버에서도 확장 중”이라며 “재고가 재차 하락하며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안타증권 역시 DS 부문이 7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추정했다. 유안타증권은 “파운드리의 적자폭이 축소했고,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가파른 가격 상승 효과가 있었다”며 “환율도 우호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호실적에 어울리지 않았다. 개장 전에 잠정 실적이 공시됐다. 개장하면서 주가는 올랐다. 오전 9시31분에는 2.8% 오른 9만5950원이었다. 횡보를 거듭하다 오후 1시로 접어들면서 주가는 전날보다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퍼사이클로 지난 9월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다가 실적이 확인되면서 매도세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뉴스에 팔아라’는 ‘셀온뉴스(Sell on News)’의 형태라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 외에도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 등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셀온뉴스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정오쯤에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을 비롯한 한화그룹 계열사 5곳을 포함해 제재를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에 협박하고 새로운 제재로 위협하면서 협상에 나서는 것은 중국과 화해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부터 희토류 관련 주식은 다시 상승했다.

결국 호실적에도 삼성전자가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미·중 갈등이 재점화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이 나스닥 선물지수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이 사항은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했지만, 외국인들은 약 2520억원을 매수했다. 다만, 기관이 약 2190억원을 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의 본질은 반도체 초과 수요, HBM의 엔비디아 납품이다. 이날 시티그룹은 삼성전자의 위험 요소로 “주요 고객사에 대한 HBM 선적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칩은 오직 엔비디아와 AMD만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AMD에 이미 납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티그룹이 언급한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를 의미한다. 

최근 국내 주요 언론이 추석 연휴 직전에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을 기정 사실화했지만, 시티그룹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블룸버그의 보도와도 일치한다. 미국 블룸버그는 지난 9월22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조만간 납품할 것이라고 전하기는 했지만 확정적이라고 보도한 국내 몇몇 언론과는 다르다. 게다가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납품을 해도 매출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HBM 3E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이미 차세대 HBM인 HBM4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