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진의 PICK] 삼성전자가 열등한 HBM TC-NCF 방식을 채택한 까닭은?
英 FT "MR-MUF에 필요한 물질 SK하이닉스가 독점 계약 체결"
[데일리인베스트=조호진 타키온뉴스 대표] 삼성전자가 선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이 열등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지적했다는 사실이 8일 확인됐다. HBM은 디램 웨이퍼를 8장 또는 12장을 적층(積層)하는 공정을 지녔다. 웨이퍼를 적층하는 공정은 MR-MUF와 TC-NCF 두 방식이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TC-NCF 방식을, SK하이닉스는 MR-MUF 방식을 선택했다. MR-MUF 방식은 8장(12장)의 웨이퍼를 쌓고 나서 한 번에 접착 물질인 실리카+에폭시를 투입해
8장(12장)을 한 번에 접착하는 방식이다. 반면 TC-NCF는 낱개의 웨이퍼에 비전도성 접착필름(NCF)을 붙이고 나서 열압착(TC)으로 접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FT는 일본의 나믹스(Namics)를 성패를 가른 열쇠로 분석했다. 나믹스가 제공하는 물질이 MR-MUF에 필수인데, SK하이닉스가 나믹스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FT는 3일 보도했다.
FT는 “삼성전자는 열등한 TC-NCF 공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FT의 일방적 견해”라며 “TC-NCF 방식이 열등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MR-MUF 방식이 TC-NCF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는 SK하이닉스의 공정 교체에서도 감지된다. SK하이닉스도 처음에는 TC-NCF 방식을 선택했다가 HBM의 기술적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TC-NCF 공정을 폐기하고 MR-MUF 방식으로 교체했다.
HBM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가 폐기한 TC-NCF 공정을 선택했다는 자체가 TC-NCF 공정이 열등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MR-MUF 방식이 공정이 간단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특허 때문에 삼성전자가 MR-MUF가 아닌 TC-NCF를 불가피하게 선택했다는 관측도 있다. 반도체 전문가 A씨는 “SK하이닉스가 MR-MUF 공정에 핵심 특허권을 갖고 있기에, 삼성전자는 TC-NCF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특허 때문에 TC-NCF 방식을 선택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삼성전자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계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등기업이었다. 하지만, 2022년 11월30일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세계가 신문물에 환호했다. 그래픽카드 기업에 불과했던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의 대명사가 되면서 인류 최초로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할 기업으로 전망된다.
여파는 메모리업계로 번졌다. 엔비디아의 칩에 짝이 되는 HBM을 2등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뛰었다. 이는 주가로 귀결됐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27만7000원, 삼성전자는 7만100원이다. 챗GPT가 출현한 이후의 양사 수익률은 약 107%와 약 13%로 극명하게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