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로]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의 榮華 재현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말 한마디에 7만원대 회복 한 때 경쟁자였던 TSMC 시가총액 삼성전자 3배 넘어

2025-07-30     조완제 기자

[데일리인베스트=조완제 기자] 오랫동안 5만원대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6만원대를 회복하더니, 최근에는 단숨에 7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8일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형 기업과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금액은 2024년 매출의 7.6%에 해당하며, 향후 8년간 나눠서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의 약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난 28일 주가는 6.83% 상승한 7만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소폭 상승에 그쳤지만, 글로벌 대형 기업이 테슬라로 밝혀지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계약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언급하면서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 29일에도 장중에는 7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종가는 7만원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아이폰을 생산하는 세계 1위 기업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에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2021년 1월11일 주가가 장중 9만6800원으로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함께 대한민국이 세계 1등 기업을 보유한 국가라는 자부심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2022년 9월30일에는 주가가 장중 5만18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그 영화(榮華)는 2년도 채 가지 못했다.

다행히 인공지능(AI) 붐이 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으로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HBM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개발 생산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퀄 테스트(qual test)를 통과하지 못해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HBM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퀄 테스트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삼성전자 주가는 요동쳤다. 2024년 7월11일 장중 8만8800원까지 상승한 것도 젠슨 황의 발언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이후 HBM3 납품 소식이 더는 들려오지 않고, 대만 TSMC에 밀려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주가는 다시 하락해 2024년 11월14일에는 4만9900원까지 추락했다. 그 무렵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중단한 것도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큰 위기에 봉착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67%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부과에도 고객사들이 비용을 부담하며 TSMC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정도이다. 과거에는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시장을 양분했지만 현재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세계 1등을 유지하는 언터처블이 됐다. 파운드리를 전문으로 하는 TSMC의 시가총액은 이제 파운드리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가전, 메모리 반도체까지 하는 삼성전자 시총의 3배에 달한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시총이 TSMC를 앞섰다는 점에서 양사의 부침(浮沈)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며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언하자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는 6만원대에 올라섰고,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한마디가 더해지면서 최근 주가가 7만원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가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테슬라와의 계약이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출혈을 감수한 저가 수주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렌드포스(Trendforce) 등 내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테슬라에 납품하는 2나노(㎚) 제품 수율은 30~40%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정도 수율이면 이익이 거의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TSMC가 같은 제품에서 60~80%대 수율을 유지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것과 대비된다. 

이같은 저가 수주도 불사하는 모습은 과거 애플과 경쟁하던 삼성전자의 위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제 국내 투자자들도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접어두고, 일론 머스크에 이어 젠슨 황의 발언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젠슨 황이 HBM에 대한 삼성전자 퀄 테스트 통과와 관련해 언급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약 16%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테슬라나 엔비디아 CEO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모습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응원해 온 일반 국민과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왜 삼성전자는 꾸준한 기술 개발로 세계 1등을 유지하고 있는 TSMC처럼 하지 못했을까. TSMC보다 떨어진 점은 무엇이었을까. 오너 리스크일까, 아니면 전문경영인의 자질 부족일까. 아니면 HBM에서 실기하는 등 혁신을 버린 ‘배부른 돼지’가 돼서일까. 이런 의문 속에서 과연 삼성전자가 심기일전하여 다시 한번 과거 ‘갤럭시 신화’의 영화를 누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