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알음 "신흥국 10배 뻥튀기 코스닥, 인구감소로 지속 하락세"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코스닥…밸류업 이전에 증시 개혁해야"
[데일리인베스트=권민서 기자] 코스닥 시장이 주요 신흥국 대비 10배가량 고평가되어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대기업 물적분할 상장, 기업공개(IPO) 공모가 ‘따따블’, 재간접 공모펀드 등 빠르고 쉬운 한국식 제도가 국내 증시를 고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꾸준히 우상향하는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은 인구 감소로 인해 하락세를 걷고 있다는 요인도 지적됐다.
독립리서치인 리서치알음은 8일 코스닥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밸류업 이전에 증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미국 나스닥과 같은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되지만, 빠르고 쉬운 한국식 제도들이 도입되며 상당히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대기업 물적분할 상장 허용 △신규 상장 시 공모가의 400%까지 상승 가능 △재간접 공모펀드 확대 등이다.
물적분할은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업 이벤트다. 인적분할은 하나의 회사를 두 개로 쪼갤 때 기존 주주가 두 회사의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는 반면,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법인을 100% 보유해 지배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때 분할된 기업이 상장하면서 자회사가 이중 상장되는 ‘더블 카운팅’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에 상장되면서 시가총액이 43조원에서 161조원으로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 118조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당시 코스피 총 시가총액이 1800조원인 점을 감안할 시 6.7% 수준이 더해진 셈이다. 지난 5월에는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하며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미국은 기업분할에서 카브아웃(Carve-out)으로 더블 카운팅을 방지한다. 카브아웃은 운영하고 있는 사업부를 외부에 파는 것으로, 사업부 매각 대금이 회사로 들어오기에 모회사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또한 한국 물적분할과 유사한 스플릿오프(Split-off)가 있으나 주로 손해를 보는 사업부 분리 시 활용한다. 이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분리된 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옵션도 부여한다. 한국에는 없는 옵션이다.
IPO 공모가 ‘따따블’은 국내 증시 고평가를 조장한다. 지난해 6월 IPO 상장 당일 기준가 결정 방법이 기존 90~200%에서 60~400%까지 확대됐다. 공모에 참여해 따따블을 달성하면 수익률이 300%에 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평균 +60.63%였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2023년 하반기 +93.44%, 2024년 현재까지 +114.82%를 기록했다. 기준가 범위 확대 이후 수익률이 증가하고 고평가 신규 상장으로 이어져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간접 공모펀드 활성화는 원활한 수요예측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재간접 공모펀드는 2017년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으나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모집한 자금을 재간접에 이어 재재간접 공모펀드에 투자하며 악용되기 시작했다. 일례로 공모펀드 100억원을 재간접 펀드에 90억원, 재재간접 펀드에 80억원 투자한다면 운용사는 100억원의 자금을 수요예측 3개 펀드를 거쳐 270억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리서치알음은 앞서 지적한 정책이 해결된다고 해도 인구 감소 문제가 결정적이라고 짚었다. 미국 시장이 꾸준히 우상향인 반면, 한국 시장은 그렇지 못한 이유다. 미국 근로자는 401K라는 퇴직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월급의 10%가 납입되는데 이 중 30~40%가 주식형 펀드에 투자되는 방식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시장에 양질의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 운용에서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은 15~20%이지만 2020년부터 국민연금 의무 가입 내국인 수가 줄어들고 있다. 경제 활동 인구 감소로 연금 자금 유입이 줄고 있어 국내 증시의 안전판이 위협받게 된다. 여기에 미국 대비 금리도 역전되면서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올해 15.4%에서 내년 14.9%까지 축소하며, 2029년에는 13%까지 줄일 예정이다.
고평가 지표라고 볼 수 있는 코스닥 전체 주가수익비율(PER)은 2021년 38.45배에서 올해 상반기 107.25배로 증가했다. 대만 TAIEX 23배, 중국 상해 13배, 홍콩 H지수 10배 등 주요 신흥국과 비교하면 10배가량 고평가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증시로 떠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증시 거래액은 2058억달러(약 284조원)에 달하며 국내 증시 거래액 3699조원의 7.7% 수준에 도달했다. 주요 국가별 증시 수익률이 코스피 +5.6%, 코스닥 -2.2%를 기록한 반면, 미국 나스닥 +19.1%, S&P +14.8%, 일본 Nikkei225 +18.4%, 독일 DAX지수 +9.2% 등을 기록해 해외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더 높았기 때문이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가지수에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가총액이 오른 만큼 주가지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국식 제도들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따따블 기준가, 재간접 공모펀드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으로 주가 급락을 막고, 주관사 책임제를 시행해 증시가 고평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시 개혁이 선행된다면 우리 시장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호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업황 회복이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실적이 1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3%, 영업이익은 1452%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어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확대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실적 또한 호조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여기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수출국가인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화장품, 음식료, 전기·전력, 방산 등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고성장하고 있다”며 “또,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로봇, 조선, 배터리 등 국내 제조업을 비롯해 바이오 섹터까지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증시는 자금이 흘러 들어와야 상승할 수 있다”며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밸류업보다 시급한 건 증시 개혁이다. 고평가된 한국 증시를 다시 건전하게 만들어 매력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