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주 핵심체크] 보로노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임상으로 주가 상승 반전?

하나증권 "VRN11, 내년 하반기 임상1상 결과 주목…목표가 9만원" 유안타증권 "VRN07 결과로 VRN11 기대감도 상승…목표가 8만5000원"

2023-11-20     박유빈 기자
보로노이는 정밀 표적치료제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텍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전기임상 이전에 기술이전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진출처=보로노이]

[데일리인베스트=박유빈 기자] 신약개발 전문기업 보로노이는 2년 전 미국 바이오 기업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에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License-Out, L/O)한 항암제 후보물질 ‘VRN08’의 독점실시권에 대한 계약 해지를 최근 통보 받았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하반기 임상 진입이 예정된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VRN07’·‘VRN11’ 등 신약 파이프라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로노이는 정밀 표적치료제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텍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전기임상(임상1상, 2a) 이전에 기술이전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보로노이바이오와 비투에스바이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보로노이는 약물 설계 전문 인력과 세포·동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회사 내부 실험실(In-house wet laboratory)을 기반으로, 매년 약 4000여종의 화학물질을 합성하고 55만개의 실험 데이터와 1만8000마리의 동물 실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보로노이는 암에 대해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키나아제 억제제(kinase inhibitor) 중에서도 돌연변이 표적 항암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돌연변이 표적 항암제는 △우수한 선택성과 결합력, △뇌 전이암을 위한 뇌 투과율이 중요하다. 보로노이는 다수의 실험 데이터로 이루어진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원하는 표적에 높은 활성을 가지고 뇌 투과율이 높은 골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4만원대(유상증자 권리락 조정가격)였던 보로노이는 7월 하순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8월 중순 7만4000원대(무상증자 권리락 조정가격)까지 솟구쳤다. 이후 횡보하다가 9월 중순부터 하향각을 그리며 10월말 3만20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달 초 상승 반전하여 지난 7일 4만2950을 기록한 뒤 바로 내림세로 돌아서며 최근에는 3만6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17일에는 전날 대비 3.84%(1500원) 내린 3만75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 보로노이는 2년 전 미국 바이오 기업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이전한 항암제 후보물질 ‘VRN08’의 독점실시권을 반환받았다고 밝혔다.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는 VRN08로 난치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하기 위해 허가용 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었으나, 지난 10월24일 보로노이에 독점실시권을 반환했다.

보로노이는 앞서 2021년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에 VRN08을 기술이전하며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성과에 따른 기술료)을 포함해 8억46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VRN08은 세포주기 조절인자인 MPS1 인산화효소를 억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의 항암제로,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물질을 유방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VRN08은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개발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회사 자체적으로 개발을 계속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검토할 예정”이라며 “계약금 등 피라미드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금액은 반환 의무가 없어 재무적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월26일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VRN11’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 4곳을 시작으로 대만, 미국 등 총 10여개 기관에서 50명 안팎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로노이는 이번 시험을 통해 타그리소 등 기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EGFR C797S 변이’ 암 환자에 대해 VRN11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GFR C797S 돌연변이는 타그리소 복용 환자의 10~25%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VRN11은 전임상 시험을 통해 EGFR C797S 변이뿐 아니라 ‘L858R’, ‘Del19’ 등에 대해서도 뛰어난 효능과 낮은 독성, 100%에 이르는 뇌 투과도를 보인 바 있다. 
보로노이가 2020년 미국 오릭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한 ‘VRN07(ORIC-114)’이 임상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 것도 VRN11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월17일 열린 2023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보로노이는 ‘VRN07’의 임상1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VRN07은 얀센의 아미반타맙에 내성을 가진 뇌전이 폐암 환자(55세·여성)와 여보이·옵디보와 키트루다 병용에 내성을 가진 폐암 환자(67세·남성)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결과(완전관해·CR)를 나타냈다. 3등급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 발생 비율도 기존 치료제보다 절반가량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대권 보로노이 연구부문 대표는 “VRN07의 성공적인 임상 진행으로 VRN11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여졌다”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VRN11 임상 개발에 최선을 다해 더 많은 비소세포폐암 환우와 가족들이 하루빨리 고통과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18일에는 신약 개발 업체 ‘암젠’과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치료제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R&D)·협력 기회를 모색했다고 밝혔다. 

앞서 보로노이는 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암젠코리아가 공동 주관해 지난 9월14일 서울보건산업진흥원 혁신창업센터에서 열린 네트워킹 행사에 초청된 바 있다.

암젠의 R&D 및 사업개발(BD) 고위 임원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보로노이는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억제제인 ‘VRN11’과 유방암 HER2 양성 단백질 억제제인 ‘VRN10’ 등 핵심 파이프라인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보로노믹스’를 소개했다.

김 연구부문 대표는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VRN11을 비롯해 보로노이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의 관심이 높다”며 “올해 VRN11 임상 및 내년 VRN10 임상에 완벽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12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보로노이에 대해 무상증자 사유로 다음 날인 9월13일 권리락이 실시된다고 공시했다. 기준가는 6만5800원이다.

지난 8월29일 보로노이는 AI 신약 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 데이터를 축적한 분야에서 자체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글로벌 제약사와 AI 신약 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파이프라인 확대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셈이다.

김현태 보로노이 경영부문 대표는 “공동연구기업은 보로노이 AI 플랫폼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선택성과 뇌혈관 장벽 투과도가 높은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며 “보로노이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출한 파이프라인 지분 확보로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연구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로노이는 지난 3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매출액은 0원으로 전년 동기에는 73억5437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6억3385만원 손실로 전년 동기 10억6253만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66억2443만원 손실로 전년 동기 14억9038만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0원으로 전년 동기에는 91억7915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19억8925만원으로 전년 동기 100억4915만원 대비 118.81%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217억1613만원으로 전년 동기 106억2471만원 대비 104.39% 증가했다.

이와 관련, 증권가는 보로노이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지난 16일 하나증권은 보로노이가 지난달 열린 2023 ESMO에서 ‘VRN07’의 긍정적인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4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9만원을 유지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 ESMO에서 오릭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된 Exon20 insertion 파이프라인 ‘VRN07’의 임상1상 결과가 발표됐는데, 결과는 고무적이었다”며 “임상1상에는 앞서 1~6개의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포함됐고, EGFR Exon20 insertion 환자 15명 중 4명에서 반응이 확인됐다(객관적반응률(ORR) 26.7%, 임상2상 권장투여용량(RP2D)인 75㎎의 경우 3명 중 2명이 반응)”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존에 리브레반트, 백금항암에도 재발한 뇌 전이 환자에서 완전관해 사례가 확인된 점도 고무적”이라며 “Grade3 이상 치료 관련 부작용은 19%, 치료 중단은 4%로 내약성도 우수했다”고 전했다.

또한 “VRN07의 긍정적인 결과는 VRN11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인다”며 “VRN11은 타그리소 내성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인 C797S 이중 돌연변이 파이프라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VRN11은 생체 외(in vitro), 생체 내(in vivo) 실험에서 우수한 선택성과 유효성을 확인했고, 2023년 10월 임상시험 계획 승인(IND)을 받아 연내 환자 투약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VRN11은 비임상시험규정(GLP) 독성실험에서 확인한 우수한 내약성(넓은 치료역)을 바탕으로 용량 증대 시험의 초기 코호트부터 유효 용량의 투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변이 암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는 임상1상에서부터 PoC(Proof of concept, 개념입증)가 이뤄질 수 있다”며 “2024년 하반기에 확인될 임상 1상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목표주가와 관련, “부문별 합산(SOTP) 방식으로 각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합산하여 목표주가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치에 포함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는 VRN07, 하반기 임상 진입이 예정된 VRN11”이라며 “보로노이는 약물 설계 능력을 기반으로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개발 진행에서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을 우선적으로 가치를 산정했다”고 부연했다다.

같은 날 유안타증권은 보로노이에 대해 선택성과 뇌혈관 장벽(BBB) 투과를 보여준 ‘VRN07’의 임상1상 결과가 ‘VRN11’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고, 목표주가는 8만3822원에서 8만5000원으로 1.4% 상향 조정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SMO에서 VRN07의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며 “EGFR exon20, HER2 exon20 변이 비소세포폐암이 피험자 대부분을 차지했고, 임상 전 치료 차수 중간값은 2로 대부분 환자가 2가지 이상의 치료법에 실패한 환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임상 결과에서 3등급 이상 부작용은 19%, 4등급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고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또한 중증 부작용 모두 EGFR 관련 부작용으로 EGFR 티로신 키나제(TK)에 대한 높은 선택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하 연구원은 “VRN11의 임상1상이 지난 2023년 10월말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11월 중 병원 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VRN11은 총 6개의 용량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국, 대만 및 미국에서 진행될 글로벌 임상으로 VRN11의 동물 실험에서 확인된 높은 치료 지수로 볼 때 초기 투약 용량에서부터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VRN11은 EGFR 내 돌연변이에 대한 선택성이 VRN07에 비해 월등히 높고, BBB 투과율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여왔기 때문에 VRN11 임상에서는 VRN07에서 확인한 오프타깃(off target) 안전성과 함께 온타깃(on target) 안전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VRN07이 치료받지 않은 중추신경계(CNS) 환자에게서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결과를 보이면서 VRN11의 뇌전이 환자에서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밸류에이션과 관련, “목표주가는 유무상 증자로 인한 주식 수 변동과 VRN07 가치 소폭 조정을 반영했다”며 “AI 신약 개발 테마 등으로 주가가 급등한 이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으나 신약 개발 기업들의 가치는 결국 파이프라인의 가치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