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진의 PICK] 동서 –김상헌 고문, 김종희 부사장으로의 증여에 담긴 뜻
김 부사장 지분율 14.14%로 확대…경영권 승계 일환 해석 장중 매수 매도도 병행한 것은 증여세 때문인 듯
[데일리인베스트=조호진 타키온뉴스 대표] 김상헌 동서 고문(74)이 아들인 김종희 동서 부사장(47)에게 30만주를 증여했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20일 종가 기준으로 김 부사장이 받은 수증액은 54억3600만원엔 달한다. 김 부사장은 수증 외에도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서 21만5500주를 장중에서 매수했다.
두 종류의 지분 매수를 통해서 김 부사장의 지분율은 14.14%로 확대됐다. 이번 증여는 김 고문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위한 승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동서 창업주인 김재명 명예회장(101)이 생존해 있다. 장남인 김 고문과 차남인 김석수 전 대표(69)가 2세로 동서를 경영했다.
현재는 전문경영인인 김종원 사장이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성균관대와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기획관리 담당으로 임원이 됐다. 이후에 2008년 동서 부사장을 거쳐서 2010년 동서 사장이 됐다.
특이점은 김 고문이 지난 8월23일에는 8만8000주를 장내 매도했다는 점이다. 당일 종가인 1만7520원 기준으로 김 고문의 매도 총액은 약 15억4000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승계를 위한 증여를 시행했다면 김 고문이 8월에 지분을 팔지 않고 증여를 진행해도 됐다. 이렇게 지분 축소와 증여를 병행한 이유는 세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증여세율은 금액에 따라서 20~50%를 적용한다. 김 고문이 김 부사장에게 증여를 하면 최대 증여액의 절반을 김 부사장이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김 고문이 장중에 매도를 하면 세율은 그 정도에 미치지 않는다.
동서는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호령하는 동서식품의 대주주이다. 동서식품은 비상장사여서, 동서식품에 투자하려면 동서 주식을 사야 한다. 동서는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 동서식품의 업황이 동서의 주가를 좌우한다.
동서 주가는 2021년을 기점으로 하향세이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정체된 측면이 강하다. 올해부터 동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동서식품의 주된 원료인 원두 가격이 상승했다. 런던 커피 선물 거래소에서 가격 추이를 보면 20년 7월부터 가격이 상승했다. 올 7월에 정점을 찍고 내려 왔지만, 여전히 20년 7월보다 2.5배 비싸다.
여기에 고환율도 동서식품의 마진을 갉아 먹는다. 연쇄적으로 동서의 영업이익 하락으로 귀결된다. 2020년 7월에 환율은 1달러에 1120원대였다. 하지만,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1달러에 1352.50원이다. 무려 20%나 환율이 상승했다. 역시 고스란히 동서식품의 영업이익을 훼손한다.
이런 내우외환(內憂外患)에서 동서는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막힌 매출은 주가 정체로 나타난다. 정체된 주가는 대주주에게는 증여의 적기로 여겨진다. 증여세는 증여일 발표 전후 2개월읠 주가를 평균낸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김 고문 부자는 향후 2개월간 주가가 추가 하락하거나 상승하지 않는다는 전망을 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수익률(YTD)은 동서가 -12.61%이고, 삼양식품은 52.15%이고, 코스피는 5.90%이다. 삼양식품의 높은 수익률은 정체된 내수를 수출로 뚫어낸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