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탐구] '코스닥 상장 재도전' 보로노이, 파이프라인 경쟁력으로 흥행할까
FS리서치 "11개 파이프라인 20개로 늘려…기업가치 최소 2조원" KB증권 "자가면역질환, 퇴행성뇌질환 분야 다수 파이프라인 보유" SK증권 "높은 약물설계 기술력으로 선택성과 BBB 투과성 높여" 하나금융투자 "GDC 분야 임상 결과로 확인될 경쟁력" 이베스트투자증권 "암 전이율, 내성 고려한 C797S 선두주자"
[데일리인베스트=김지은 기자] 글로벌 약물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가 코스닥시장 상장에 재도전한다. 보로노이는 지난 3월 중순 상장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당시 기관들의 호응이 낮아 상장 일정을 중단한 바 있다.
보로노이는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로노이는 13일 공모가와 경쟁률을 확정 공시한 뒤 오는 14일~15일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을 거쳐 6월말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보로노이가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보로노이가 코스닥 시장에서 흥행을 일궈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지난 9일 기관 대상 수요 예측을 마무리해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4만원에서 확정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로노이는 지난달 16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재제출하고 공모 절차를 밟았다.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공모가를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모 주식수는 130만주로 줄였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업무를 맡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보로노이는 세포 내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550여개의 인산화효소 중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산화효소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병을 치료하는 표적치료제를 자체 개발하는 기업이다.
보로노이는 암 세포 등 비정상 세포를 키우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플랫폼과, 이 단백질이 세포를 키우지 못하도록 아예 분해하는 플랫폼 기술을 구축했다. 2020년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한 보로노이는 미국 제약사 오릭파마슈티컬스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3건의 기술이전을 추가로 성공시켰다.
보로노이는 또 인공지능(AI)과 실측 실험을 결합해 고도화한 플랫폼 ‘보로노믹스’를 통해 빠르게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덕분에 보로노이는 약물설계에 AI를 적극 활용해 완성도 높은 물질을 빠르게 개발한다는 강점을 갖게 됐다.
이외에도 보로노이는 발암 원인이 명확한 특정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표적해, 부작용 발현을 낮추고 효과는 높이는 정밀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GDC(Genotype Directed cancer) 분야에서 가장 핵심인 약물설계 기술에 집중해온 결과다. GDC는 암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단백질이 명확하게 규명된 암을 뜻한다.
현재 보로노이가 보유한 GDC 파이프라인은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한 ‘EGFR Exon20 INS’이 대표적이다. 보로노이의 첫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된 물질이기도 하다. GDC 분야는 임상 1·2상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속승인이 가능한 만큼 향후 보로노이의 로열티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뇌전이를 막기 위해 뇌투과율도 높였다. 보로노이가 개발한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뇌혈관장벽 투과율은 글로벌 제약사보다 높은 70~100%까지 도달했다. 갈수록 암 환자들의 뇌전이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 세계에서 효과적인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5월13일 공개된 1분기 실적을 보면 보로노이의 매출액은 11억3736만2128원으로 전년 분기 15억269만5286원에서 2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56억5346만3802원으로 전년 분기 27억2666만5225원에서 107%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61억3415만2744원으로 전년 분기 28억7589만3013원에서 113% 증가했다.
한편 보로노이는 지난해 4월 코스닥에 신설된 ‘시장평가 우수 기업 특례(유니콘 특례)’ 제도를 활용해 상장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선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어야 한다. 시총 5000억원은 보로노이의 공모 물량(130만주)과 발행 주식 등을 감안할 때 공모가 기준 3만9560원이어서 공모가가 희망 범위 하단 아래로 밀렸다면 상장 규정상 증시 입성이 불가능했다.
보로노이는 이번 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연구개발비와 운영자금으로 활용해 매년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창출하는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상장 후에도 보로노이의 뛰어난 연구개발 실력과 속도를 바탕으로 5년 내 기술이전 파트너가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임상 파이프라인을 20개로 확대하고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에 기술 수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에서는 보로노이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보로노이가 GDC 시장을 확대하는 점,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점,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 이전에 나서는 점 등에 주목했다.
FS리서치는 지난 8일 보로노이에 대해 상장 후 기업 가치는 최소 2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단 FS리서치 연구원은 “보로노이는 실험실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신약개발 플랫폼인 보로노믹스를 갖고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구상에서 시작된 보로노믹스는 화합물 선별 및 선택적 후보물질 도출, 신규 화합물 설계를 위한 화합물 생성 알고리즘, 뇌혈관장벽(BBB) 투과율 예측 알고리즘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보로노이는 글로벌 수준의 실험(Wet-Lab) 데이터 축적 역량에 AI 모델을 접목해 후보물질 도출 기간을 기존의 3분의 1(1년~1년6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며 ”현재 보로노이는 11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임상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교모세포종과 췌장암을 타깃으로 한 ‘VRN-01’이 있다. 여기에 종양, 퇴행성 뇌질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비소세포폐암과 만성염증성질환, 뇌종양,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파이프라인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9년 하버드 다나파버암센터도 보로노이의 기업가치를 당시 1조2000억원 (주당 12만원)으로 평가하고 현물출자를 단행한 바 있다”며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기업으로 기업가치 5000억원 마지노선에 맞춰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5년 이내에 현재 11개 파이프라인을 20개까지 늘릴 예정이며, 그중 4개 파이프라인은 FDA 가속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상장 후 보로노이의 기업가치는 최소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뇌전이 암 환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BBB투과도가 높은 항암제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보로노이의 플랫폼 구성 요소 중 BBB필터는 인산화효소 화합물 중 뇌투과 여부가 밝혀진 화합물과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뇌투과 가능 약물의 구조적 특징을 학습하여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뇌투과도가 높은 후보물질을 발굴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보로노이가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 이전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보로노이는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임상~전기임상 중인 물질을 조기 기술이전하여 수익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이는 사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실제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보로노이는 현재 4건의 기술이전 (해외 3건, 국내 1건) 계약을 체결하여 계약규모가 비공개된 것들을 제외하고도 2년 만에 총 17억9050만달러(약 2조1163억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나스닥 상장사인 오릭파마슈티컬스에 돌연변이 표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적용한 것”이라며 “단계별기술료를 포함해 총 6억2100만달러(약 7340억원)에 기술 이전했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지난 7일 보로노이가 자가면역질환, 퇴행성뇌질환 분야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보로노이는 인산화효소 정밀표적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다”며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자가면역질환, 퇴행성뇌질환 분야에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전체는 9개고 임상 중인 것은 3개”라고 설명했다.
실적 현황에 대해서는 “2021년 기준 매출액 148억원, 영업적자 108억원, 당기순적자 156억원, 영업이익률 –73.2%를 기록했다”며 “2020년 1건, 2021년 3건 등 총 4건의 기술이전 실적도 보유 중이다. 2021년 기준 2개 파이프라인을 해외 기술이전하고, 1개 파이프라인을 국내 기술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체크포인트로는 “인산화효소 프로파일링 및 실험 데이터베이스, 실험실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플랫폼 보유”를 꼽았다. 리스크로는 “기술성장특례 적용 기업임에 따라 기술이전 지연 및 실패 등 이익 미실현 관련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공모자금 및 사용 계획과 관련해서는 “보로노이는 신규 상장을 통해 520억~598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공모자금은 연구개발 부문 인건비,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및 임상기관 연구비 등 시험비, 연구개발을 위한 시약소모품 등 재료비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은 지난 3월14일 보로노이에 대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VRN07)와 기존 폐암 치료제(타그리소) 복용에 따른 내성으로 발생한 돌연변이 암과 뇌전이 암 치료제(VRN11)의 가치를 합산 했을 때 공모가 상단을 상회하는 가치가 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GDC 경쟁 업체들이 임상 1상만으로도 조 단위 기업가치를 기록했다며, 보로노이의 향후 기업가치도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GDC 약물은 임상 1,2상만으로 신속승인으로 신약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부분 임상 1상 중에 조 단위의 기업 가치에 도달했다”며 “블루프린트는 7조5000억원, 미라티가 KRAS(유전자 돌연변이) 임상 1상 발표 이후 12조원까지 거래되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보로노이의 향후 기업 가치는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보로노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후보물질로는 EGFR Exon20 INS 타겟인 VRN07과 EGFR C797S 타깃 VRN11 등을 꼽았다.
VRN07은 국내 임상 1상이 1월에 승인이 났고 3월에 환자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에서도 임상을 진행, 2024년 신속승인을 목표에 두고 있다. 임상1 상 결과는 내년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 중간결과에 대한 윤곽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GFR C797S는 폐암 환자 중 타그리소를 복용하다 내성이 발생하는 돌연변이이다. 보로노이가 개발 중인 C797S 타깃 후보물질 VRN11은 2025년 신속승인을 목표로 미국과 한국에서 2023년 초에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이 후보물질은 블루프린트에서 작년에 처음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아직까지 승인 받은 약이 없는 만큼 미충족 수요가 크다”면서 “VRN11은 블루프린트의 후보물질 BLU-701 대비 선택성과 뇌 투과도 2가지에 있어서 월등히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14일 보로노이가 GDC 4개 분야에서의 신속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장 빠른 성과가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은 오릭에 기술이전한 Exon20 INS 변이 파이프라인”이라며 “상반기 임상 1/1b상에 진입할 예정으로 연내 중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보로노이의 파이프라인은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선택성과 뇌투과율을 확인했다”며 “GDC는 전임상 결과로 임상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임상 1상이 안전성에 더불어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해당 결과를 통해 보로노이의 약물 디스커버리 능력과 다른 파이프라인들의 성공 확률도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보로노이가 약물 설계와 실험실을 기반으로 매년 55만개의 실험데이터를 축적하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보로노이는 의약품 구조 설계와 합성을 담당하는 56명의 의약화학전문 인력과 세포, 동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회사 내부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며 “실험에서 창출한 데이터를 통해 AI에 피드백이 이루어져 AI 플랫폼이 고도화된다는 점이 문헌, 서열 기반의 AI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3월10일 보로노이가 GDC 시장을 확대하는 점에 주목했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보로노이는 기존의 바이오텍이 시도하지 못했던 분야의 리딩 기업으로서, GDC 시장을 개척해 나가려한다”며 “GDC의 성공은 약물설계 완성도에 비례하기 때문에, 돌연변이에만 선택적인 약물 설계를 해낸다면 임상결과도 뛰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 임상에서의 높은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표적치료제(항암제 등)의 성장성을 입증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목해야 할 파이프라인으로 EGFR C797S를 꼽기도 했다. 강 연구원은 “암종 중에서도 폐암과 유방암은 뇌전이 비율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뇌장벽 투과율이 매우 중요한 지표로 작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기존 약물이나 파이프라인은 뇌전이나 뇌투과도에 대한 지표로 삼고 있지 않아, 이후 환자들에게 전이를 기반으로 처방을 할 경우 뇌투과도가 높은 약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리딩 비소세포폐암 TKI(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재)로 알려져 있는 타그리소는 높은 유효성과 안정성에도 불과하고 암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전이와 내성에 따른 변이를 피하지 못한다”며 “타그리소에 내성이 생긴 암환자에게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변이인 C797S는 치료제 부재로 현재 미충족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며, 임상 1/2상 결과만으로도 미국 FDA 가속 승인이 가능한 분야로서 각광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EGFR C797S는 높은 선택성과 경쟁 약물 대비 높은 뇌장벽 투과율로 선두 주자인 블루프린트의 C797S 약물 대비 2~3배 이상의 선택성과 2배 이상의 뇌투과도를 자랑하여 전임상 데이터 오픈할 시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 파이프라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