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뉴스] 대기업, 작년 인건비 13% 뛸 때 고용은 0.2% 찔끔 상승

한국CXO연구소, 주요 대기업 120곳 대상 인건비와 고용, 평균 연봉 현황 분석 대기업서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 무너져…'高임금 低고용' 구조 가속화

2022-04-21     민세진 기자
지난해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연간 급여 1억 클럽에 포함된 곳은 작년 기준 19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7곳, 2020년 8곳과 비교하면 10곳 이상 늘어난 숫자다. 일반 직원 기준 평균 연봉 톱5에는 메리츠증권(1억7912만원), 카카오(1억7171만원), SK텔레콤(1억5579만원), NH투자증권(1억5324억원), 삼성전자(1억3923만원)가 이름을 올렸다. [자료제공=한국CXO연구소]

[데일리인베스트=민세진 기자] 국내 대기업은 인건비 규모가 커져도 고용은 크게 늘지 않는 ‘高임금 低고용’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대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살펴보니 최근 1년 새 임직원 인건비는 13% 가까이 상승했지만, 고용은 겨우 0.2%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인건비 증가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연봉 수준은 1년 새 10% 이상 높아졌다. 또 120개 대기업 중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억대 클럽에 가입한 곳도 지난해 기준 19곳으로,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2019년~2021년 3개년 인건비, 고용, 평균 연봉 비교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주요 12개 업종별 매출 톱10에 포함되는 총 120개 대기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20곳 대기업의 작년 기준 임직원 숫자는 77만662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77만9365명보다는 2700명 이상 적지만, 2020년 77만5310명과 비교하면 1300명 넘게 많아진 인원이다. 2020년 대비 2021년 고용 증가율은 0.2%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소걸음을 한 고용 증가율과 달리 임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 증가 속도는 다소 달랐다. 120개 대기업에서 지급한 임직원 총 인건비는 2019년 64조3282억원에서 2020년 66조2873억원으로 3%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고용은 0.5% 하락했는데도 인건비는 상승했다. 

지난해 총 인건비는 74조7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나 껑충 뛰었다. 2020년 대비 2021년에 120개 대기업의 인건비로 지출된 비용이 8조4847억원 이상 많아졌다. 반면 실제 고용 일자리는 1400명도 늘지 않았다. 이는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 대상 120개 대기업 중 2020년 대비 2021년에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증가한 곳은 99곳이나 됐다. 고용을 한 명이라도 늘린 업체는 120곳 중 64곳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120곳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2곳은 고용이 줄었는데도 인건비는 되레 증가했다.  

최근 1년 새 임직원 인건비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급여 총액은 13조1676억원(2020년)에서 15조8450억원(2021년)으로 높아졌다. 1년간 2조6773억원(20.3%)이나 늘어난 것.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도 최근 1년 새 인건비를 5000억원 넘게 많아졌다. SK하이닉스 7024억원(2020년 2조6354억원→2121년 3조3379억원), 현대자동차 5893억원(6조2978억원→6조8872억원) 이상 인건비로 지출된 비용이 커졌다.  

인건비는 큰 폭으로 늘린 반면 고용은 소폭 수준으로 상승하다 보니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 수준은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번 조사 대상 120개 회사 임직원의 2019년 당시 평균 연봉은 8253만원이었다. 2020년에는 8549만원으로 전년보다 3.6% 높아졌다. 2019년과 2020년에 8000만원대 수준이던 연봉은 지난해에는 9628만원으로 9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주요 대기업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간 급여가 12.6%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임직원 1인당 평균 1078만원 정도 증가했다. 

인건비 증가로 작년 임원 연봉 4억원대 진입…일반 직원 연봉도 9000만 원대로 높아져

지난해 기준 120개 대기업 중 임직원 평균 보수가 억대 이상 되는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은 2019년 10곳, 2020년 13곳에서 지난해는 25곳으로 많아졌다. 이번 조사 대상 대기업 중 작년 기준 임직원 평균 보수가 최고 수준을 보인 곳은 금융업종에 포함되는 메리츠증권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해 기준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490만원이었다. 이어 카카오(1억7200만원), SK텔레콤(1억6229만원), NH투자증권(1억5808만원), 삼성전자(1억4464만원), 미래에셋증권(1억4449만원), 네이버(1억2915만원), 삼성화재(1억2679만원), 삼성SDS(1억1900만원), 삼성생명(1억1561만원) 상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톱10 중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 4곳이 이름을 올렸다. 

임직원을 다시 임원(미등기임원)과 일반 직원(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두 집단 간 급여 격차는 최근 1년 새 다소나마 좁혀졌다. 2020년 기준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3억9914만원, 일반 직원은 8368만원으로 임원과 일반 직원 간 급여는 4.8배 정도 벌어졌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임원(4억1986만원), 일반 직원(9350만원) 간 보수 격차는 4.5배 수준을 보였다. 임원 평균 급여가 1년 새 1인당 5.2%(2072만원) 오를 때 일반 직원은 12.6%(1045만원) 정도로 더 많이 상승하다 보니 임원과 일반 직원 간 보수 격차 간격은 다소나마 줄었다.  

지난해 기준 임원 평균 보수가 5억원을 상회한 곳은 120곳 중 12곳으로 전년도보다 2곳 늘었다. 이 중에서도 메리츠증권에서 급여를 받은 미등기임원은 1인당 연간 평균 급여가 11억1192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체 중 유일하게 10억원을 상회했다. [자료제공=한국CXO연구소]

지난해 기준 임원 평균 보수가 5억원을 상회한 곳은 120곳 중 12곳으로 전년도보다 2곳 늘었다. 이 중에서도 메리츠증권에서 급여를 받은 미등기임원은 1인당 연간 평균 급여가 11억1192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체 중 유일하게 10억원을 상회했다. 전년도 9억4619만원보다 2억원 넘게 임원 급여가 두둑해졌다. 이어 삼성전자(7억9000만원), 이마트(7억700만원), CJ제일제당(6억4570만원), 엔씨소프트(6억3261만원), SK하이닉스(6억1477만원), LG생활건강(5억4265만원), SK텔레콤(5억2951만원), 현대자동차(5억2877만원), LG유플러스(5억2200만원) 순으로 임원 급여 톱10에 포함됐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연간 급여 1억 클럽에 포함된 곳은 작년 기준 19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7곳, 2020년 8곳과 비교하면 10곳 이상 늘어난 숫자다. 일반 직원 기준 평균 연봉 톱5에는 메리츠증권(1억7912만원), 카카오(1억7171만원), SK텔레콤(1억5579만원), NH투자증권(1억5324억원), 삼성전자(1억3923만원)가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대비 2021년에 일반 직원의 평균 연간 급여가 억대 클럽에 새로 입성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여기에는 삼성화재(2020년 9684만원→2021년 1억2423만원), 삼성SDS(9753만원→1억1710만원), 네이버(9494만원→1억1278만원), SK하이닉스(9066만원→1억1252만원), 삼성전기(8645만원→1억881만원), 삼성물산(9512만원→1억740만원), 포스코홀딩스(9606만원→1억 721만원), 금호석유화학(9483만원→1억435만원), HMM(6143만원→1억329만원), 롯데케미칼(8571만원→1억271만원), 기아(9054만원→1억21만 원) 등이 포함됐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은 자동화, 기계화 등으로 고용 인력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조와의 임금 협상과 회사 수익 창출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으로 내부 직원의 임금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문제는 중소기업의 연봉 수준이 대기업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가 인재 유탈 등 기업 생태계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