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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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 금호는 지난 15일 오전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6868만8063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가치는 현재 시장 가격으로 약 3000억원에 해당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날 이사회 결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으며,  곧바로 매각 방안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을 냈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시한 수정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매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통 매각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전체 매각가격은 1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17%) 아시아나IDT(76.25%),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는 SK, 한화, 롯데, CJ, 신세계, 애경 등이 거론된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M&A업계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SK를 꼽고 있다. SK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은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다. 최남규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행보도 보였다.


한화그룹도 잠재적 후보다. 한화는 국내 유일 항공엔진 제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다 지난해 LCC 에어로케이에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 했다가 항공운송사업 면허 반려로 투자금을 회수한 적이 있다.


신세계도 인수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7년에도 티웨이항공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 예림당과 협상을 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도 거론된다. 제주항공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2위 대형항공사를 인수하게되면 그룹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나 애경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있다.


롯데는 통합물류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출범시키고 '1위 CJ대한통운을 따라잡겠다'고 선포한만큼,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는 물류업계 1위 자리를 놓은 롯데와 CJ와의 승부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는 물류뿐 아니라 유통, 면세업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 인수는 상당한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밖에도 호텔신라가 면세점, 호텔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A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를 위한 대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인수호보군으로 분류된 곳 외에의 복병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한때 재계 7위로 '10대 그룹' 반열에 올랐던 금호는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남게 돼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회사의 위상도 재계 60위 밖으로 밀려날 것이란 전망이다. 금호는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수직계열화해 지배하는 구조다. 박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지분 45.30%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청한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0일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의 영구 퇴진·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5000억원의 자금수혈을 요구한 바 있지만, 이튿날 채권단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박 전 회장 등 금호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는 이상 지원은 힘들다"고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을 거부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 아시아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400억원이고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32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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