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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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1,2위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사 합병협상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합병 시너지 효과가 적다는 점에서 최종 합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0일 M&A업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이사회가 기회 확대의 측면에서 코메르츠와의 합병을 위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은행의 자산은 1조8000억 유로(약 2309조원)로 HSBC와 BNP파리바에 이어 유럽 내 3위가 된다. 글로벌 직원도 14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외신들은 합병 논의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은행들은 예측하지 못한 경기 침체로 저금리 정책이 당분간 계속되자 합병을 전격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0%로 동결하고 금리 인상 고려시기를 연말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을 포함한 세계 경기가 악화돼 시중 자금을 흡수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사실 두 은행 간 합병 논의는 수년 전부터 나왔으나 경영진은 이에 부정적이었다. 2016년에는 두 은행이 합병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각자 구조조정에 먼저 힘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특히 도이체방크는 합병보다 단독 재건을 목표로 해왔다.

방향이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독일 정부차원에서 양사 합병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대형 은행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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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양사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었다는 점도 인수합병 협상의 단초가 됐다. 독일은 유럽 산업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금융권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도이체방크는 세계적인 은행 중 하나지만 지난 3년간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해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

코메르츠방크 또한 지난 2009년 인수합병(M&A) 실패로 부실 자산을 다량 떠안아 경영이 악화했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각각 약 90% 하락했다. 독일 금융당국이 두 은행의 저금리와 실적 악화를 방지하고 독일 대형 금융사를 만들기 위해 합병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합병 후의 은행은 독일 소매은행(개인과 중소기업 대상) 부분에서 20%의 점유율을 확보해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사의 합병 가능성은 높지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합병에 다른 시너지 효과가 적다는 게 이유다.

양사 합병과 관련해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독일을 흔들 수 있는 불안정한 좀비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실제 양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몇 년 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도이치방크의 2대 주주도 합병에 회의적이고, 양측 노조가 고용 불안을 우려해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1~2위 은행 간 인수합병은 이례적"이라며 "찬반과 관련해 독일 정치권에서도 찬성과 의견이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최소 3개월가량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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