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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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의 투자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좋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증권가와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며 기술력 향상이 쉽지 않다는 점도 투자 위축을 이끄는 요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3년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A)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M&A업계에 따르면 IC인사이츠는 지난 18일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M&A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성사된 주요 M&A 계약 규모는 총 232억 달러로, 전년(281억 달러)보다 17.4%가 줄었다.

반도체업계의 M&A가 가장 활발했던 2015년의 역대 최고기록(1703억 달러)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016년에는 당초 1004억 달러로 집계됐으나 퀄컴의 NXP 인수 시도 등 일부 계약이 무산되면서 실제 액수는 593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세미의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인수(83억5000만 달러)와 IDT의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인수(67억 달러) 등 2건이 전체의 65%나 차지하는 등 건수도 많지 않았으며, 100억 달러 이상의 이른바 '메가딜(대형 계약)'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IC인사이츠 측은 보고서를 통해 "2015년과 2016년 반도체 업계에서 M&A 열풍이 불어 닥친 데 이어 2017년과 지난해는 주춤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여전히 2010~2014년의 평균치(126억 달러)의 2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투자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 예상치는 945억 달러다. 지난해(1071억 달러)보다 12% 감소한 수준. 그러나 반도체 업계 투자 축소 선언이 잇따르면서 실제 투자금액은 훨씬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이미 투자금액을 전년비 7% 줄였다. SK하이닉스도 투자금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반도체 업계도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달 마이크론은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며 사실상 추격 포기를 선언했고, 4위인 대만 난야도 올해 시설 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절반까지 축소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반도체 투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황이 어려워진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낸드 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함과 동시에 D램 가격 폭락도 있었다. 주요 고객사인 서버업체 등이 재고 소진을 이유로 수요를 줄인 탓이다.

업계 일각에선 기술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수율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수나노대 공정부터는 더 발전하기 쉽지 않은 만큼, 가격 낮추기가 미래 시장 생존 관건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최근 반도체 시장이 2020년을 기점으로 성장세로 전환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오고 있어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자체를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M&A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는 맞지만 소규모 투자 등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

"인공지능(AI), 5G, 가상현실(VR) 등의 기술 확보를 위한 'M&A 전쟁'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투자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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