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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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에서 2007년 독립한 패션전문기업 LF가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식품, 화장품, 가구, 리빙 등 비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 부동산금융업까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26일 M&A업계에 따르면 LF는 지난 22일 코람코자산신탁(코람코)을 인수했다. 인수는 코람코 주식 111만8618주를 1898억원에 양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LF는 이번 인수로 코람코의 지분 50.7%를 확보했다. 애초 LF는 46%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50% 이상의 지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LF가 코람코 인수는 자체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M&A다. 기존 패션과 함께 화장품, 식품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부동산금융투자업까지 진출함에 따라 리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코람코는 2001년 설립된 자산관리 회사로, 2006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신탁업 인가를 취득해 신탁업을 겸영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매출은 1240억원, 영업이익 660억원, 순이익 480억원을 기록했다.

코람코는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설립한 것으로 동산·부동산 신탁, 대리사무, 정비사업 시행, 정비용역업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비상장법인이다.

코람코 인수자금은 LF의 자본력으로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말 기준 LF의 현금성 자산은 3400억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LF는 “코람코 인수는 부동산금융업 분야의 선도 기업인 코람코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걸 LF 회장은 2014년 LG패션에서 LF(Life in Future)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닥스·헤지스·마에스트로 등 의류 브랜드를 가진 패션 기업에서 브랜드와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미래 생활문화기업으로 기업 DNA를 확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기 불황에 빠진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LF는 신성장 동력 사업군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M&A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식자재 유통 전문업체 모노링크(모노마트)를 인수했고, 유럽 식자재 유통 전문업체인 구르메F&B의 M&A를 진행했다.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그라네파스텔’을 국내에 소개하며 화장품 사업에도 나선 상태다.

올해의 경우 지난 9월 ‘헤지스’ 이름을 걸고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바 있다. 주류 유통업체인 ‘인덜지’의 지분을 50% 이상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Bernini), 프리미엄 테킬라 페트론(Patron), 세계적인 수제맥주 브루독(Brew Dog) 등을 수입해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인 인덜지는 오는 12월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수제 맥주 양조장인 ‘문베어(moon bear) 브루잉’ 공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5년 라이프스타일 전문 케이블 방송 동아TV를 시작으로, 지난해 5월에는 여행·레저 전문 케이블 채널 폴라리스TV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자회사 글로벌휴먼스를 통해 가정 방문 보육과 영유아 교육 콘텐츠 사업을 벌이는 아누리의 지분 90%를 확보했다.

증권가 안팎에서 LF의 코람코 인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향후 실적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측과 밸류에이션 개선 매력이 크지 않다는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한국투자증권은 코람코 인수로 내년 LF의 영업이익은 1400억원에서 1940억원으로 38% 상향되며, 지배주주순이익은 15% 상향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대신증권 측은 LF의 코람코 인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고 신탁 업황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LF의 코람코 인수 관련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자산신탁 인수가 LF의 근본적인 밸류에이션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부동산자산신탁 업황 정점 논란과 본업의 성장 부진으로 향후 M&A를 계속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규 진출 사업이 성장성이 높은 분야가 아닌 만큼 보다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측도 대신증권과 비슷한 평가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패션 및 소비재와 무관한 부동산금융으로 사업 다각화에 대해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배당 확대 등 주주 정책에 변화가 없는 사업 확장으로 밸류에이션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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