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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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지주사 설립 인가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칭) 공식 출범을 앞두고 지주사 전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주 전환 TF를 운영하기로 하고 최근 은행과 카드·종금 등 자회사 소속 80명을 TF로 발령냈다. 지주 전환 TF는 전략, 재무, 인사, 리스크관리, 정보기술(IT) 등 부문으로 구성됐다.


주주총회 소집 통지·공고·개최, 지주 설립 등기, 지주사 주식 상장 등 지주사 전환 관련 업무 전반을 처리하고 내년도 경영계획과 자금조달 계획 수립, 규정 제정, IT 개발, 인사제도 마련과 같은 지주사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작업도 한다.
우리은행은 금융당국 인가를 얻고 지배구조 방안까지 정한 상태인 만큼 TFT는 금융지주사 출범 이후 리딩뱅크로서 자리매김을 위한 경영전략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가장 들썩이고 있는 곳은 M&A업계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이후 리딩뱅크가 되기 위해선 M&A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특히 자본 여력이 커지는 만큼 M&A 시장의 큰손이 될 수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은행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게 되면 가장 우선 출자 여력이 급증하게 된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자기자본의 20% 이상을 출자할 수 없지만, 지주사는 부채비율의 50% 미만이나 자기자본의 130% 미만 중 작은 금액까지 출자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이 21조700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우리금융지주의 출자 여력은 최대 7조 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우리은행 출자 여력까지 합치면 9조 원대까지 '실탄'이 가능하다.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한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될 전망이다.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자회사는 우리종합금융과 우리카드지만 이들은 향후 지주사 체제에서 자회사 편입을 결정한다.

 

업계는 우리금융지주가 '새 먹거리'를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매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우리은행이 유력한 '인수 주체'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우리은행이 아주캐피탈 M&A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은행이 캐피탈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라 우리은행에 캐피탈사가 없다는 점, 재무적투자자로 지분을 보유를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 결과다.


롯데 금융계열사도 M&A 대상으로 분류된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탓에 내년 10월 이후에는 금융보험사를 소유할 수 없다. 롯데 금융계열사는 카드, 손해보험, 캐피탈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패키지'로 한 번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으로 내정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M&A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을 세운 상태다.
손 행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서) 자산운용사를 포함해 인수 가능한 부문부터 살펴볼 계획”이라며 “지주사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1등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며 지난 8일 열린 우리은행 이사회 직후 이같은 뜻을 밝혔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1등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 초 당장 M&A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설 금융회사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해야하기 때문에 당장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이다. 위험가중자산 보유 자산에 위험 가중치를 곱한 값으로 금융사 전체의 표준치인 표준등급법이나 은행 자체 특성을 고려한 내부등급법 등에 따라 결정된다.


지주사 지배구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복잡한 사정을 봉합하는 숙제도 있다.
M&A업계는 이같은 점에 주목, 우리은행이 대형 M&A보다는 소형 M&A에 우선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현재 M&A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금융지주사 전환 이후 상황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우리은행 측은 "임시 이사회 등을 통해 지배구조나 향후 경영전략 등이 논의될 것"이라면서 "지주사 전환 이후에 내부등급법 등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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